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pago Oct 13. 2016

인도 화폐에 코뿔소 위성까지 국가발전 과정이 담아 있다

인도 - 루피 Rupee

2009년 미국 아카데미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탄 영화에서 수사받는 주인공에게 경찰이 가장 큰돈인 1000루피에 누구 얼굴이 있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1000루피뿐 아니라 인도의 모든 돈에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가 있다. 잘 알다시피 간디는 비폭력 운동으로 인도를 영국에서 독립하게 만든 정치인이자 운동가다. 인도 공화국의 아버지이자 전 세계 평화의 상징인 간디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힌두 민족주의자에게 암살당했다.

많은 나라가 화폐에 국부 초상화를 그려 넣듯 인도 화폐도 5루피부터 1000루피까지 앞면이 모두 간디 초상이다. 각 지폐마다 뒷면에는 다른 그림들이 있는데 이를 통해 인도의 독립 과정과 간디의 유명한 ‘사티아그라하(satyagraha) 사상’을 이해할 수 있다.

10루피, 멸종위기 벵골호랑이 ‘쉬어 칸’

인도에서 가장 작은 돈은 5루피다. 크기도 작은 이 지폐는 2009년 이후 잘 안 쓰이는데 뒷면에는 트랙터를 몰고 가는 농민이 보인다. 인도 경제에 아직도 농사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간디 초상화가 그려진 화폐는 1996년 10루피와 100루피로 시작됐다. 10루피 뒷면에는 동물 3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먼저 인도코뿔소는 갑옷 코뿔소로도 불린다. 탱크 같아 보이는 이 동물은 아삼(Assam) 주에 주로 서식하며, 인근 네팔과 부탄에서도 볼 수 있다. 코뿔소 옆에 형제처럼 서 있는 동물은 벵골호랑이다. 인도에서 호랑이라면 ‘쉬어 칸(Shere Khan)’이 떠오른다. 등 여러 영화에서 등장한 이 절름발이 호랑이는 인도의 이색적인 문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설화에 따르면 쉬어 칸에게 물린 사람은 3일 만에 절름발이가 된다고 하는데 물론 헛소문이다. 포악하게 보이는 호랑이 옆 동물은 인도코끼리다. 인도와 코끼리의 조합은 ‘가네샤’라는 인도 신을 떠오르게 한다. 이 세 동물의 공통점은 모두 멸종 위기에 처해 보존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50루피, 화려한 현대 건축물 ‘의사당’

인도 중앙은행은 2001년부터 간디 초상화가 있는 20루피를 발행했다. 10루피 뒷면에서 아삼 주를 보았다면 20루피 뒷면에선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Andaman and Nicobar Islands)가 보인다. 그림에 나타난 유명한 하리엣 산 국립공원은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의 주도인 포트 블레어(Port Blair)에 있다.

50루피 뒷면의 원형 건물은 인도의 가장 화려한 현대 건축물인 국회의사당이다. 인도어로 ‘산삿(Sansad)’이라 불리는데, 영국 식민지 시기부터 있었다. 1927년 로드 아르윈(Lord Irwin) 총독의 명령으로 공사가 시작돼 완공까지 6년이 걸렸다. 이 건물에는 12개 문이 있다.

500루피, 간디가 이끄는 ‘소금 행진’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돈인 500루피 뒷면에는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가장 앞선 사람은 물론 간디다. 인도 정치사에서 독립을 대표하는 사건 중 하나인 ‘소금 행진’을 나타내는데, 영국 식민지 하에서 소금세 폐지를 주장했다. 인도 국부가 이끈 행진대는 사바르마티 아쉬람(Sabarmati Ashram)에서 단디(Dandi)까지, 1930년 3월 12일부터 4월 6일까지 이어졌다. 이로써 인도는 한국 해방 2년 뒤인 1947년 8월 15일 독립했다. ‘소금 사티아그라하’로도 불리는 이 행진에서 중요한 것은 간디의 사티아그라하 사상이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이르는 이 사상은 인도 독립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힌두교의 ‘아힘사’ 즉 타인에 대한 비폭력을 바탕으로 정직, 평등, 자발적인 자기희생을 중시한다.

100루피, 사원 늘어선 ‘히말라야’

인도에서 은행 현금인출기를 이용한다면 100루피부터 인출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100루피를 뒤집어 보면 백두산 천지처럼 생긴 산이 있는데, 바로 히말라야 산맥이다. 인도에서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불교와 힌두교 사원들이 늘어선 이 산맥은 인도 북부 국경이기도 하다.

1000루피, ‘경제대국’ 향한 개발 현장

1000루피는 인도의 가장 큰돈이지만 한국돈으로는 1만 8000원에 불과하다. 1000루피는 강대국이 되려는 인도의 노력을 보여준다. 뒷면에는 인도양에서 기름을 끌어올리는 배, 구식 모델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학생, 중공업 공장 노동자, 우주로 쏘아 올린 위성 등이 나와 있다. 인도하면 왠지 가난한 나라가 떠오르는 것은 단지 착각일 뿐이다. 1980년대 위성을 발사한 인도는 세계 우주발사체 경쟁에서 7위를 차지한다. 경제력도 구매력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4조억 달러를 넘었다. 미국, 중국, 일본 다음으로 4위다. 또한 세계 500대 기업에 인도 기업 8개가 포함돼 있다.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저자 알파고 시나씨의 인도 화폐 탐구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