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서 외벌이로
4년 동안 애지중지하던 사업을 그만둔 지 3개월이 됐다. 그 말인즉,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된 지도 3개월이 지났다는 뜻이다. 이 시간을 돌아보며 나의 생각과 변화를 일기에 담아보려 한다.
솔직히 말하면 맞벌이나 외벌이나 둘 다 만만치 않다. 맞벌이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서 힘들고, 외벌이는 돈이 없어서 힘들다. 장단점이 뚜렷하달까.
사실, 일을 그만두기까지 6개월 넘게 울며 불며 고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 딱 정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결정이 너무 어려웠으니까. 나는 제왕절개를 하고도 새벽까지 일을 했을 정도로 일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인데, 심지어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를 4년 동안 운영해왔던 터라 손을 놓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그만두기로 결심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해보니 나는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재택으로만 일했기에 육아와 일의 경계가 사라져버렸고, 일 생각만 하다 보니 아기가 자연스레 뒷전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게 점점 마음에 걸렸다. 결국 ‘일은 나중에 다시 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을 정리했다. 아마 내가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면 결정을 내리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것 같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정말 컸을 테니까.
그렇게 일을 그만둔 지 3개월. 나름대로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당연히 소득이 줄었다. 지금 남편은 군 복무 중이라 소득 자체가 많지 않다. 그래서 버는 돈은 거의 다 쓰고 저축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원래 계획했던 이사도 더 저렴한 곳으로 가야 할 것으로 생각 중이다.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내 보험도 모두 정리했고, 소비할 때도 최대한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지내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괜찮다. 원래부터 소비를 크게 하지 않던 가정이었고, 무엇보다 남편이 복무를 마치면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아이가 조금 크고 나면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있기 때문에 막막하진 않다. 물론 스트레스가 없진 않지만, 이건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다른 문제일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일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 일을 갑자기 그만두고 나니 우울감이 덮쳐왔다. 4년 동안 열심히 키워온 브랜드를 떠올릴 때마다 허무하고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이 문제였다. 지인들이 사회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선택한 길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결국 인스타그램을 삭제해버렸다. 지금 3개월째인데 만족스럽다.
그대신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재밌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콘텐츠만 골라 보니 정신이 덜 산만하고, 육아나 지인 관련된 소식은 거의 보지 않게 됐다. 물론 일을 다시 시작할 때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몇 년 뒤, 내가 또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불안감은 회사에 다니더라도 늘 따라오는 것 같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여유다. 일을 할 때는 육아도 일처럼 느껴졌다. 아기 밥 먹이고 빨리 이걸 해야지, 얼른 재우고 저걸 해야지,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기의 작은 행동도 더 잘 살피게 되고, 웃는 모습도 더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최소한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까지는 가정보육을 할 계획이다. 만약 계속 일을 했다면 이렇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리고 가장 좋은 건, 일을 할 때처럼 예민해지지 않으니 남편과의 갈등도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3개월 동안 맞벌이에서 외벌이로의 전환을 경험하며 느낀 점은 많다.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물론 나의 선택이 정답은 아니지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힌트가 될 수 있기를!
* 이 글은 2024. 09에 쓰여진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