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못하지만, 글은 쓸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이었다.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은 상대과 밥을 먹으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말이었고, '무슨 음식 먹을래?'라고 물어보는 말은 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여 상대의 심리를 알아차리는 일이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식을 먹는 일은 같은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도 했다. 음식을 한가운데 놓고 덜어 먹으며 고민을 나누고, 걱정을 덜었으며, 때론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음식이 주는 소중함이 있다.
밥은 차리는 게 아니라 요리한 사람의 마음을 먹는 것이다. 매 끼니마다 식탁 위에 올라오는 음식들은 엄마의 사랑이며, 스스로를 위해 해 먹는 음식은 나 스스로를 위로해 주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식사는 한 끼를 때우는 게 아니라 마음을 보는 것이다. 대충 먹어 치운 음식은 어떤 재료로 어우러지고, 어떻게 조리되어 왔는지, 무슨 맛인지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시간을 내어 제대로 만든 음식은 만든 사람의 진심이 보인다.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재료를 골랐을지, 맛있는 맛을 내기 위해 어떤 레시피를 참고했는지, 이 음식을 내기 위해 얼마큼 시간을 들였는지가 느껴진다.
요리는 못하지만, 글을 쓸 수 있었기에 어떤 음식을 만들 때마다 그 음식을 통해 느낀 감정들을 글로 쓰고자 한다. 음식마다 그 음식이 주는 진한 감정이 있다.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에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한 과정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이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처럼 정확하게 계산되진 않지만,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아마 같은 마음을 나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이 주는 든든함, 사랑으로 만든 수많은 요리들. 그것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기에
요리에 감정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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