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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an 20. 2022

와플, 달콤한 시럽에 기대어

퇴근길 지친 몸을 이끌고 빽빽하게 줄 선 지하철에 몸을 싣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배는 고프고 앉을자리는커녕 편히 서 있을 공간도 충분치 않다. 소화도 덜 됐는데 꾸역꾸역 음식을 밀어 넣는 것처럼 밀려오는 사람들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숨 쉴 공간도 넉넉지 않는 상황에서 코 까지 높이 올려 쓴 마스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한 껏 예민질 수밖에 없었다. 저녁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힘이 들었고, 지하철에 몸을 맡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했다. 퇴근길 집에 가는 것만으로도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다시는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집에 가서 할 일을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처리할 일들을 생각하니 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간신히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다.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고 문이 열리고 나서야 한 숨 여유가 생겼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 달콤한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프던 참에 빵을 사 갈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고민하다 보니 이내 짜증이 사라졌다.


빵 냄새가 사람의 기분을 완화시켜준다고 한다. 달콤하고 고소한 빵 향기를 맡으니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와플은 그런 거였다. 현실의 고통도, 힘듦과 짜증을 한 순간에 없애줄 약 같은 거였다. 달달한 빵에, 부드러운 생크림, 상큼한 과일까지 더해지면 이보다 완벽한 건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답답한 현실에, 불안한 마음에 삶을 포기할까 싶어 져도 '괜찮아, 할 수 있어' '잘하고 있어' 말을 들으면 꼭 다시 힘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힘듦이 다 지나가리라, 버틸 수 있었다.


동그란 모양에 사각형으로 패인 와플을 보자 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 '네모의 꿈'이 생각났다. 아무리 하늘이 둥글어도  노래 속 가사처럼 '주위를 들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이었다.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라는 네모난 틀에 갇혀 하루 종일 보내다 보면 사람은 누구나 지칠 수밖에 없다.


그럴  따뜻한  한마디만큼 위안이 되는 부드러운 생크림과 와플  조각이 생각보다  위로가 된다. 거기에 달콤하고 끈덕진 시럽은 필수다. 주변의 가시 돋친 말들은 달콤한 시럽과 함께 쉽게 넘기기 위해선.  달콤함이 모진 말들도 금방 잊게  테니까.  끈덕짐이 쉽게 삶은 놓지 않게  테니까.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이 곁에 있다면, 와플  조각  줘야겠다. 와플이 내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고민있는 사람이  옆에 나타난다면 내가 그들의 '인간 와플' 되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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