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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Jul 31. 2021

파스타, 나는 나를 위로해

서점에 가면 에세이 코너가 눈에 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도 에세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 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 에세이에 열광할까. 나도 주로 에세이를 쓰는 편이지만, 사람들이 지금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책을 찾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도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 글로 위로를 받았으면 싶어서다.


파스타는 주로 소개팅 필수 음식이 될 정도로 근사한 장소에서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한 자리에서 먹는 음식이 되어 버린 파스타는 둘이 함께 먹을 때 더 빛나는 음식이다. 아무리 1인 가구가 증가하고 혼밥 식당이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혼자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파스타는 커플에게는 로맨틱한 음식이지만, 솔로에게는 어딘가 외로운 음식이다.


하지만 굳이 화려한 조명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지 않아도, 파스타는 집에서 충분히 요리할 수 있다. 심지어 더 많이,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소개팅하며 포크로 돌돌 마는 파스타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무슨 맛인지 모를 필요 없다. 파스타 면과 시판 소스로도 예쁜 접시에 담아 먹는다면, 더 만족스러운 식사가 될지 모른다.


파스타는 스스로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음식이다. 정성 가득한 음식이 주는 감동 이상으로 스스로를 대접해주는 요리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퍼 올린 요리가 아니라, 파스타 면을 조심히 들어 올려 둘둘 말아 정성껏 내려놓는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조심스레 소스를 붓고, 사진을 남기고 싶을 정도로 예쁜 플레이팅으로 마무리한다. 심지어 접시 살짝 묻은 소스마저 말끔히 지워 식탁에 내놓는다.


정성이 들어가지 않은 요리가 어디 있겠냐 마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급지게 스스로를 대우해주면서 먹을  . 스스로를 대우하며 먹는 음식일수록,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대우해줄수록 자존감과 연결되기에 쉽게 상처 받고 쉽게 무너지지 않을  있다.


그리고 굳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를 기대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이 주는 위로도  힘이  때가 있지만,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만 의지한다면  또한 스스로가  힘든 일이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혼자 버텨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누구도  인생을 대신 살아줄  없다. 외로운 싸움도, 힘든 결정도 결국 본인 몫이다.


진심으로 남을 위로해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누군갈 위로해주는 일이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는 일보다 쉬울 수 있다. 상대는 나의 상황을 온전히 모른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상대를 위로해주는 일에 쏟는 시간보다 스스로를 보듬어 주는 일에 더 시간을 쏟자. 잘 챙겨 먹고, 잘 자는 일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훨씬 가치 있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일 때, 다른 사람에게도 더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축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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