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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Sep 13. 2021

쌀국수, 여행을 데려가는 음식

우리나라 곳곳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그중 동남아는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자주 꼽힌다. 거리도 가까워서 저가 항공사 취항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 아니라 유교적 위계질서와 가족 공동체 중시 등 한국과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나라기 때문이다.


가끔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땐 해외 음식을 먹는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엔 랜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본에 가고 싶을 땐 초밥을 사서 먹기도 하고, 베트남에 가고 싶을 땐 쌀국수를 먹는다. 하지만 짜장면은 너무 한국 음식 같아서 여행 가는 설렘은 덜하다.

한국인이 특히 사랑하는 매운맛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끼한 음식도 당기지 않을 땐 동남아 음식이 최선의 선택이다. 약간이 향신료가 이국적인 감성을 더하고, 약간 비일상적인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여행 가는 기분이 든다. 일상 속에서는 비일상적 음식들이 때론 그립고 고맙기도 하다.


쌀국수에 고수는 올려 먹진 않지만, 한국적인 국물 맛과는 달라서 가끔씩 쌀국수를 먹는다. 요즘은 너무 편리하게도 토르트 식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어서 어디서든 쉽게 구해먹을  있다.


우리가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음식을 찾는 이유는 우리가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읽은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의 이유'에서 우리가 여행을 가고 싶은 이유는 일상적인 공간은 상처가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상적인 곳은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해야 하는 등 해야 할 일이 쌓여 였고, 미움과 실망과 슬픔이 공존한다. 이런 일상적인 장소에서 상처 받은 우리는 종종 여행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 한다.


마찬가지로 음식이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 주는 여행이라면, 우리가 새롭고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은 것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혼자 먹는 배달 음식이 서러워서 혹은 맛있는 음식 여럿이 함께 즐기고 싶어서 아니면 술 한잔에 후회와 미련을 같이 넘기고 싶어서. 그 무엇이든 음식은 여행처럼 위로가 될 수 있다.


쌀국수는 나를 여행시켜주는 음식이다. 힘든 일은 다 잊고 잠시 떠나도 된다고 위로해주는 음식이다. 그래서 여행이 가고플 땐 쌀국수를 먹는다. 이색적인 국물 맛과 향신료를 먹다 보면 어느샌가 위로가 됐고 힘이 났다. 면과 숙주, 소고기 어쩌면 평범한 재료 일지 몰라도 여행지에서 먹는 기분을 내는 특별한 음식이기도 했다. 게다가 평범하고 잔잔한 일상에 균열을 내는 듯했고, 지루한 일상도 뒤바꿀 수 있었다. 여행 가면 한국음식보단 현지 음식만 먹어도 아무렇지 않던 나이기에 이상하게도 비일상적인 음식이 주는 힘이 있었다. 여행은 갈 수 없는 시기지만, 이렇게라도 여행 가는 기분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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