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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 Oct 16. 2021

꽃게, 사랑한다는 또 다른 표현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 들어도 좋다. 그 말을 듣는 순간엔 모두가 세상이 혼자인 듯하다. 하지만 그 좋은 말도 '얼마큼' 사랑하냐고 물을 땐 조금 다르다. 사람에 따라서 누구는 그냥 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우주 끝까지라고 있는 힘껏 자신이 마음을 내보이려 한다. 또 다른 누구는 은근슬쩍 대답을 회피하려고 한다. 

답을 회피하는 것보단 그냥 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그래도 이왕 이이면 우주 끝까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좋다. 


사랑한다는 말은 정말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 그게 남자든 친구든 가족이든 반려동물이든. 사랑한다는 말이 빛을 발할 땐 그 '얼마큼'의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꽃게탕을 먹으며 "꽃게 살을 발라줄 만큼 사랑해"라고 한다면 어떤 사랑의 표현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꽃게를 먹기 위해 살을 발라 본 사람들은 그 행위가 얼마나 힘을 들이는 일인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각류인 꽃게는 덩치에 비해 살이 매우 적다. 무엇보다 살을 발라내는 일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며, 힘들게 살을 발라냈다 하더라도 그 양은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다. 꽃게 하나를 몇 분간 열심히 발라내야 한 입이면 끝이다. 


말보단 행동이 더 힘이 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서 그 작은 살을 발라내기 위해 힘을 들인다면, 굳이 사랑한다는 말을 입으로 해야 알까. '오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보다 그저 살을 발라낸 꽃게를 내 밥 위에 슬며시 올려놓는 것. 그것은 열 마디 말보다 나은 진심일 것이다. 


사랑할 땐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습을 보며 상대의 마음을 확인한다. 사랑은 한마디 말보다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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