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시와 비유의 문제
하나님의 인간을 향한 의도와 사랑을 부모의 그것에 빗대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인간이 이해할만한 비유 대상이 부모밖에 없는 탓이다. 과연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에 가장 근접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비유를 완전한 동일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이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하나님은 어떤 무엇과도 동일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육신의 부모는 자식의 모든 걸 다 알지 못하고,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다 할 수도 없다. (인간은 유한하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잘못된 목표를 삼을 수도 있고
엉뚱한 오해를 할 수도 있으며
잘못된 방법으로 자식을 대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모든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으시다. 하나님에 대한 비유의 대상은 부분만을 설명할 뿐, 같은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하늘 자체가 아니다. 하나님은 바다 자체가 아니다. 하나님은 농장 주인 자체가 아니고, 왕 자체가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일부를 설명하기 위해 끌어온 소재일 뿐이다.
하나님 사랑에 대한 비유를 근거로 부모가 마치 하나님이라도 된 것처럼 자식에게 군림하려 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권위를 훔쳐 사칭하는 것밖에 안 된다.
분명히 해야 한다. 부모는 인간일 뿐 하나님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런 시도를 해서도 안 된다.
인간은 하나님을 대신할 수도 없고, 자신의 모든 의도와 언행이 곧 하나님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부모 또한 하나님 앞에서는 똑같은 자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식을 자기 마음대로 하기 위해서 하나님인 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은 부모 스스로 자식의 우상이 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부모 사랑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그리고 언제까지나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하려 한다면 그 권위는 퇴색하고 변질되기 시작한다.
변질된 사랑은 외면받는다. 그것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권위를 잃었기 때문에 하나님인 척하는 걸까,
아니면 하나님인 척했기 때문에 권위를 잃은 것일까.
어느 쪽이든 자식에게 해로운 일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같은 원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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