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죽었다.

꿈 기록

by 서민혜

나는 어렸을 때부터 꿈을 많이 꿨다. 신나게 날아다니는 꿈도 꾸고 자각몽도 악몽도 많이 꾸고 가위도 제법 눌렸다. 누구는 꿈이 흑백이라던데 내 꿈은 너무 알록달록했다. 밤이면 어둡고 낮이면 밝았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음식을 많이 먹는 꿈을 꾸는데 그럴 때면 맛까지 느껴졌다. 아무튼 나는 초등학생 때 꿨던 너무 무서웠던 꿈을 삼십 대가 된 지금도 기억할 정도이니 살짝 꿈에 집착하는 것도 같다.


최근에도 어떻게 이런 꿈을 꿨나 싶을 정도로 생생한 꿈을 꿨는데 너무 무서워서인지 자는 중에도 잠에서 깨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보통 깨야겠다는 생각을 막 열심히 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어딘가에 세게 부딪힐 때는 잠을 깬다. 어떤 때는 시야가 유리 깨지듯 쩌저적 갈라지며 잠에서 깬 적도 있다. 근데 이번엔 깨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누워만 있었고, 어떤 순간에는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피할 새도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한 편으로는 여기 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안도감을 동시에 느껴서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꿈의 이미지를 기록해 봤다. 아마도 좀 잔인할 수도.. (읽기 주의!)





숲이 있다.

어둡다.

축축하고 거칠다.

언젠가 나무껍질이었거나 잔가지였을 것 같은 뭉툭한 조각들 위에 몸이 놓여 있다.

나는 힘겹게 눈을 떴지만 앞은 잘 보이지 않았다.

탐욕스레 배를 채우는 두 마리의 짐승이 두렵다.

늑대일까? 아니면 파충류인가.

나는 그들을 똑바로 볼 새도 없다.

동물들이 나를 먹는다.

덜렁이는 피부가 보인다.

왼쪽 눈에 오른쪽 머리의 피부가 때로 턱턱 부딪힌다.

상체는 이미 다 파헤쳐진 것 같은데 볼 수가 없다.

몸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찢기는 공포와 동물이 배를 채우며 내는 숨소리와 씹고 뜯는 소리만이 주변을 가득 채운다.

나는 가만히.

일어나 저항하고 싸우는 영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전에는 감히 상상도 해본 적 없다는 듯이.

하지만 그 무력감조차 아무렇지 않다.

대신 속으로 빌고 또 빈다.

여기의 나는 내가 아니라고.

가슴이 뜯겨나가도 고요한 숨소리와 느껴지지 않는 몸의 고통과 이 생경한 풍경은 내가 있는 곳이 아니니까.

나는 어디엔가 고요히 잠들어있다.

이곳의 나는 그냥 악몽일 뿐이다.

나는 잠에서 깨어날 것이라 되뇐다.

공포는 끝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곳은 거짓임에.






나는 결국 이 꿈의 파트에서는 일어나지 못했고, 웬 황무지 같은 데서 두 사람에게 쫓겼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뛰어내림으로써 꿈에서 깨었다.





오랜만의 글이 뭔가 많이 이상한 거 같지만 저는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운동을 좀 해서 꿈꿀 새도 없이 잘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자주 글쓰지 않는데도 가끔 들러봐주시는 브런치의 작가님들과 저의 현생(?) 지인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