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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알려주는 양자역학: 버키볼 실험

위대한 설계 스티븐호킹을 읽고 생각하다. - 4장 대안 역사들

by 서민혜



이 글은 위대한 설계 스티븐호킹을 읽고 한 챕터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뽑은 뒤 저의 의견을 덧붙여서 씁니다. 과학과 철학에 대해서 사유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책에서 인용한 글은 파란색으로 표시합니다. 아울러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저의 개인적인 의견은 분홍색으로 표시하겠습니다.



매거진을 시작한 이후로 매미님께서 참여해 주셔서 기쁩니다. 재즈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갖고 배워 볼 수 있는 점도 재미있어요. 또한, 매거진을 타고 인연을 맺게 된 많은 작가님들과의 교류도 즐겁습니다! :)



이번 챕터의 제목은 조금 파격적입니다. 매거진에 어떤 글을 올리면 좋을지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집 고양이 '나르'가 노트에 올라앉아서 볼펜을 뺏어가기도 하고, 왠지 그림을 좀 쳐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저렇게 지어보았습니다. :-)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너 ~ 무 어렵다. 집사 넌 네가 뭘쓰고 있는지 아니? 책상의 전선이나 좀 정리하렴..



위대한 설계 스티븐호킹을 읽는 중 가장 매력적이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파트는 4장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이 파트는 정말 정말로 이해가 안 되지만 흥미로웠다. 우선 물리학에서 역사를 논한다고? 제법 도전적인 제목이라서 재미있었다. 두 번째로는 작가가 보여주는 '버키볼 실험'이라는 것이 굉장히 난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관념적으로 내가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과 실험의 값은 완전히 달랐다.



도로롱..



1. 과거와 미래는 확률일 뿐이다.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들의 확률을 결정한다. 양자 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91p, 초판 1쇄)



책에서는 뇌에 대해서도 설명하는데, 하나의 뉴런이 활동하는지 여부를 놓고 이 뇌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괘안습니까? 좀 안겨도 되겠습니까?


내 나이 든 회색고양이는 책상에 와서 뭘 하길래 그렇게 바쁘냐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 녀석이 책상 위에 앉아있는 결과는 알겠는데, 도무지 어디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수년간 이 고양이를 관찰한 바로는 책상 위에 올라와서 저렇게 눈을 땡그랗게 뜨고 애교를 부리는 건 곧 내 무릎에 앉겠다는 싸인이다. 하지만 녀석도 그렇고 관찰하는 나도 그렇고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관찰자는 대상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




아쉽게도 내 고양이는 무릎에 앉지 않고 다른 의자로 가버렸다. 같이 살기 시작한 지 6개월 된 미국고양이 나르도 책상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 간섭한다. 하지만 독자적이다. 과학의 재미있는 점은 사회나 국어와는 다르게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인데, 양자물리학에 대해서 가장 쉽게 설명한다는 책에서는 물리적 과정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불가능한 일들도 누군가는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겠지?




2. 자연은 관대하다.



오히려 자연은, 어떤 시스템의 초기 상태가 주어졌을 때, 그 시스템의 미래 상태를 근본적으로 불확정적인 과정을 통해서 결정한다. 바꿔 말하면, 자연은, 심지어 가장 단순한 상황들에서도, 과정이나 실험의 결과를 명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은 제각각 실현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다양한 경우들을 허용한다. 아인슈타인의 말과 정 반대로, 신은 모든 물리적 과정 각각의 결과를 결정하기 전에 주사위를 던지는 것 같다. 이 생각은 아인슈타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양자물리학의 창시자들 중 하나였음에도 나중에 양자물리학의 비판자가 되었다. (90p, 초판 1쇄)



자연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이나 분자나 원자 같은 아주 작은 조각들을 들여다보면 질서 있게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은 무질서를 추구하는 것 같다. 예를 들자면, 호주나 뉴질랜드에 있는 동물들은 다른 대륙에 있는 녀석들과 크게 다르다. 자연이 어떠한 한 방향을 추구한다면 고립된 생태계라고 해도 진화의 방향은 같았을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이야기 중 신은 모든 물리적 과정의 결과를 결정하기 전에 주사위를 던지는 것 같다는 문구에 대해서는 약간 갸우뚱하다. 물리적 과정의 결과는 비록 무질서하고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지만, 어딘가에 또 다른 법칙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자연의 관대함을 닮아 우리 사회도 여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세계관을 넓혀가면 어떨까?




3. 무엇이 역사인가? 역사들의 합은 무엇일까?



시스템의 초기 상태와 나중에 우리가 그 시스템의 속성들을 측정하여 얻은 결과와의 사이에서 그 속성들은 어떤 식으로든 진화하게 되는데, 물리학자들은 그 진화를 시스템의 "역사"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시스템에서 특정한 관찰 결과를 얻을 확률은 그 결과를 종착점으로 가지는 모든 가능한 역사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때문에 파인만의 방법은 양자 물리학에 대한 역사들의 합(sum over histories)의 정식화 또는 대안역사들(alternative histories)의 정식화라고 한다. (100p, 초판 1쇄)



대안역사들에 대한 웹툰을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사용되는 역사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다양한 세계관이 등장하는 멀티버스가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경로만 봐도 다양한 역사들이 있을 수 있다. 제일 빠른 길로 오거나, 옆 블록으로 돌아오거나, 버스를 타거나, 친구집에 들러서 좀 놀다가 집에 가거나. 이런 다양한 경우들은 확률을 결정한다.



4. 버키볼 실험



책에서 소개하는 하나의 실험을 공유하고 싶다. 실험의 이름은 버키볼이다. 버키볼은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아주 작은 축구공이다. 전자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것 같이 매우 매우 작다. 하지만 아래의 그림에는 제법 커다란 축구공처럼 그려봤다.



버키볼을 틈 (슬릿) 사이로 보내 보련다. 과연 결과는?


우리는 공을 차면 되는데 골대와 우리 앞을 가로막은 벽이 하나 있다. 실험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오더니 벽에 구멍을 뚫어준다.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여기서 공을 차는 것이 버키볼 실험이다.



봐봐. 왼쪽 오른쪽 구멍에 다 차야지. 여러 가능성이 나오겠지? 어떤 공은 구멍으로 못 들어가서 튕겨 나올 테고 세게 차면 멀리 가고 살살 차면 적게 가겠지?? 아. 집사야? 자니


결과는 어떻겠니? 틀린다면 냥냥펀치를!


집사: 이런 식으로? 양쪽으로 퍼질 거 같아.


결과를 생각해 보자. 공을 차고 벽이 얇으면 내가 있는 장소에서 벽의 구멍으로 향하는 직선을 따라서 버키볼들이 늘어서 있을 것 같다.


틀릿다. 니 마 공부 때리치아라. 찢아뿐다!


펜 도바라! 아휴.


요렇게 요렇게 모인다구. 오케이? (윙크)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주먹)


버키볼 실험의 패턴은 토마스 영의 빛의 파동 실험의 패턴이랑 같아! 이쁜 사진은 인터넷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냥.



책에서는 버키볼 실험의 결과를 아주 기묘한 일인 것 같지만 단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패턴은 파동들이 간섭할 때에 발생하는 특유의 패턴이다. 분자들이 도달하지 않는 지점은 두 틈에서 방출된 파동들이 역위상으로 만나 상쇄간섭이 발생하는 지점에 해당하고 많은 분자들이 도달한 지점은 파동들이 동위상으로 만나 보강간섭이 발생하는 지점에 해당한다.






개념들이 너무 어렵긴 한데 책을 읽으며 새로운 것을 배워보는 것은 재미있다. 그냥 술술 읽고 흥미롭게 지나가기보다는 매거진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잠깐 멈춰 서서 다시 한번 읽어보니 좀 더 깊이 있게 책을 보는 기분이 든다. 물리학과 철학이 맞닿은 어느 지점을 찾아가는 것도 재미있고. 물리학이라고 하면 왠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상 늘 일어나고 있는 자연적인 현상에 이름을 붙이고 증명하고 말로 설명하는 과정인 것 같다. 물리학, 양자물리학을 모두 이해한 현자가 나타난다고 해서 그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해서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 여러 번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여전히 모르겠다. 아마도 이 글은 전공자를 답답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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