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첫 번째 향기

조향을 만나기 전, 평범한 엄마와 여성으로서의 나

by 멜로우가든 천민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이름이 제 정체성이 되어가던 시절이 있었어요.

아침이면 눈 뜨자마자 아이의 등교 준비에 정신이 없고, 낮에는 집안일에 매달리고, 저녁이면 온 가족의 저녁상을 차리며 하루가 끝나곤 했죠.


주변에서 "엄마로서 훌륭하다"는 칭찬도 들었지만, 제 마음속에는 항상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런 일상이 버겁게 느껴지던 날이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사이 잠깐의 여유를 얻고 집 근처를 산책하는데, 어디선가 달콤하고 포근한 향기가 제 코를 스쳤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향기의 방향을 따라가 보니, 작은 꽃집에서 풍기는 향이었어요.

바람에 실려 온 꽃향기는 단순히 좋은 냄새가 아니라, 제 마음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감정을 깨우는 듯했어요.


그날 이후, 저는 향기에 끌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좋은 향수를 사거나, 향기 나는 캔들을 구매하는 소소한 취미로 시작했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향기는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제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예전엔 당연하게 넘겼던 순간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조차 향기를 통해 특별해지기 시작했거든요.


조향을 제대로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는 사실 두려움도 많았습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걸 시작한다고? 엄마로서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들보다 저를 끌어당긴 건, 향기가 제게 가져다준 묘한 설렘과 위로였습니다.


어쩌면 저는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엄마’로만 살려고 애썼던 건 아닐까요?


조향을 배우면서, 저는 저 자신을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향기의 조합을 연구하고, 나만의 향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잊고 있던 창의성과 열정이 깨어났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누군가에게 "향기로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향기를 만나기 전까지 저는 그저 평범한 엄마이자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향기는 제게 잊고 있던 제 모습을 다시 발견할 기회를 주었어요.


첫 번째로 마음을 울렸던 그 향기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시 당신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문득 스친 향기가 당신의 마음을 두드렸던 순간 말이에요.

어떤 향이었고,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했는지 궁금해요.


향기는 때로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들을 깨우기도 하니까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언젠가 인생의 첫 번째 향기를 만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 순간이, 당신의 삶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오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