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이름에 걸맞은 술
청명주가 만들어진 지는 오래되었다. 지금 중원당이 자리 잡은 이 곳에서 6대째 살고 있고, 할머니들이 청명주를 빚었다. 다른 가양주들과 마차가지로 일제시대 때 명맥이 끊겼다가 아버지 대에 집에서 향전 록이라는 약방문이 발견되었다. 그 약방문 속에 있던 청명주 제조법을 보고 다시 술을 빚기 시작했고 1993년에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지정도 받았다.
남동생은 술을 빚고 누이는 도자기를 빚는다. 이곳에 오면 술도 도자기도 같이 배울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둘 다 '빚는' 것이구나.
아버지 김영기 씨가 2005년 작고한 이후로 전수자 신분이던 김영섭 장인이 뒤를 이었다. 술을 상업적으로 대량 양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한 때는 효소제와 효모를 써서 살균주를 만들기도 했지만 맛도 원래 청명주에 한참 못 미치고 문화재 지정까지 받은 술이 전통 있는 방식을 버린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다시 공부, 다시 도전. 누룩을 써서 술을 빚고 생주도 출시했다. 술값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주 출시 이후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조금 줄었지만 열성 팬들은 늘었다. 이제는 서서히 마니아가 늘어가는 느낌이다. 2년 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받은 후에는 체험 등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늘었다.
술에 아직 100퍼센트 만족하지는 않는다. 디자인 같은 경우도 고민이 많고. 신제품 탁주도 개발 중이고, 전용잔도 고민하고 있다. 여러 가지 고민은 앞으로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청명주 테이스팅노트>
산미:중
감미:중하
고미:하
점도:2/7
<코멘트>
실은 거의 십 년쯤 전에 방문했던 적이 있던 중원당. 그때는 술맛을 보고 좀 실망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효소와 효모로 살균주를 만들던 시대다.
최근에 생주가 나온다기에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제품이 괄목상대 이상으로 좋아졌다. 이 가볍고 산뜻한 맛은 ‘화이트 와인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세히 느껴보면 화이트 와인에는 없는 곡주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있다. 그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감칠맛이 미묘하게 부유하는 느낌. 이 감칠맛은 보디를 형성하는 뼈대가 아니라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몸 여기저기에 조그맣게 새긴 타투와 같은 느낌이다.
여름날 시원하게 만날만한 좋은 술을 만났다. 청명주,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8.5/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