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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한주 테이스팅노트 5. 충주 청명주(淸明酒)

청명한 이름에 걸맞은 술

DSC_6809.JPG <중원당>

청명주가 만들어진 지는 오래되었다. 지금 중원당이 자리 잡은 이 곳에서 6대째 살고 있고, 할머니들이 청명주를 빚었다. 다른 가양주들과 마차가지로 일제시대 때 명맥이 끊겼다가 아버지 대에 집에서 향전 록이라는 약방문이 발견되었다. 그 약방문 속에 있던 청명주 제조법을 보고 다시 술을 빚기 시작했고 1993년에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 지정도 받았다.


DSC_6797.JPG <도예공방>

남동생은 술을 빚고 누이는 도자기를 빚는다. 이곳에 오면 술도 도자기도 같이 배울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둘 다 '빚는' 것이구나.

DSC_6795.JPG <김영섭 장인>

아버지 김영기 씨가 2005년 작고한 이후로 전수자 신분이던 김영섭 장인이 뒤를 이었다. 술을 상업적으로 대량 양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한 때는 효소제와 효모를 써서 살균주를 만들기도 했지만 맛도 원래 청명주에 한참 못 미치고 문화재 지정까지 받은 술이 전통 있는 방식을 버린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DSC_6791.JPG <판매 시음장>

결국 다시 공부, 다시 도전. 누룩을 써서 술을 빚고 생주도 출시했다. 술값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주 출시 이후로 일시적으로 매출이 조금 줄었지만 열성 팬들은 늘었다. 이제는 서서히 마니아가 늘어가는 느낌이다. 2년 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받은 후에는 체험 등으로 찾아오는 사람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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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6808.JPG <6대째 살고 있는 고가>

술에 아직 100퍼센트 만족하지는 않는다. 디자인 같은 경우도 고민이 많고. 신제품 탁주도 개발 중이고, 전용잔도 고민하고 있다. 여러 가지 고민은 앞으로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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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주 테이스팅노트>

산미:중

감미:중하

고미:하

점도:2/7



<코멘트>

실은 거의 십 년쯤 전에 방문했던 적이 있던 중원당. 그때는 술맛을 보고 좀 실망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효소와 효모로 살균주를 만들던 시대다.


최근에 생주가 나온다기에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제품이 괄목상대 이상으로 좋아졌다. 이 가볍고 산뜻한 맛은 ‘화이트 와인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세히 느껴보면 화이트 와인에는 없는 곡주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있다. 그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감칠맛이 미묘하게 부유하는 느낌. 이 감칠맛은 보디를 형성하는 뼈대가 아니라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몸 여기저기에 조그맣게 새긴 타투와 같은 느낌이다.


여름날 시원하게 만날만한 좋은 술을 만났다. 청명주,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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