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관객이 만난 시네토크 현장에서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제작 뒷이야기

by 김덕영

1시간 30분이란 시간이 언제 흘러가버렸는지 몰랐다. 영화를 만들며 힘들었던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영화 속에 공개하지 않았던 에피소드들까지 그렇게 '시네토크'라는 이름으로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눈 느낌이 든다.

명보시네마에서 8월 1일 '시네토크'가 열렸다

돌이켜 보면 영화는 나의 인생에서 나침반과도 같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며 정의를 배웠고, 거대한 사막 한가운데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용기를 배웠다. 어디 그뿐일까. 나에게 자유를 가르쳐준 '빠삐용', 광활한 시베리아의 눈 덮인 설원 속에서 펼쳐졌던 '닥터 지바고'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헤쳐나오는 인간의 순수한 사랑을 깨닫게 했다.

그렇게 영화는 한 인간의 영혼과 의지를 조각한다. 그래서 삶의 궤적이 변하거나 인생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한 편의 영화가 으레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할 수만 있다면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북한이라는 체제와 그 사회를 작동시키는 원리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길 원한다.

그날 객석에 앉아 있던 한 여학생이 떠오른다. 머리에 구르프를 말고 있어서 내 눈에 띄였던 여학생이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아빠는 왜 이런 재미 없는 영화를 보라고 하는 걸까?'라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그의 표정이 기억난다.

1시간 25분, 영화가 끝나고 정신없이 관객들에 둘러싸여 인사를 했다. 머리에 구르프를 말고 있던 여학생의 표정이 궁금해서 찾아봤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잠시 후, 누군가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글쎄. 막 울면서 나가더라구. '저 영화가 나를 울렸어. 저 영화 보고 울었어... 영화가 나를 울렸어. 명작이야!'라고 소리치면서 말야..."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장 궁금한 건 역시 구르프를 말고 있던 그 소녀다. 무엇이 그녀를 울면서 뛰쳐나가게 했던 것일까? 그녀를 만나지 않는 한, 그걸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뿌듯하게 차오른다. 그녀의 인생에서 우리의 영화 한 편이 오래도록 정의롭게 기억되길 바란다.

내 인생이 그랬다면, 아마도 그녀의 인생에서도 영화는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돌멩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을 보기를 희망한다.

'시네토크'에서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가주셨던 박한석 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글. 김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