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불편하다면, 이유는 분명하다
꿈을 잃은 것이 아니라,
꺼내 보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꿈을 포기한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작아졌을 뿐이다
요즘 들어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어릴 적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언제 포기했다고 말할 만큼 분명한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꿈은 조금씩 작아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로 밀려나 있었다. 그렇게 조용해진 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말을 걸지 않았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질문은 오래된 사진 한 장 앞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성인이 된 딸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행복하게 낮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다중 노출로 담아낸 사진이다. 겹겹이 포개진 이미지 속에서 아이는 아무런 걱정도 없이 깊이 잠들어 있다. 세상에 대해 아직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얼굴, 무엇이 되겠다고 말하지 않아도 충분한 존재로서의 시간이다.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생각이 이어졌다.
저 아이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어쩌면 그 꿈은 아직 문장이 아닐 것이다. 직업이나 목표 같은 구체적인 형태도 없을 테다. 대신 좋아하는 감정, 설렘, 반복하고 싶은 순간들이 뒤섞인 이미지에 가깝지 않을까. 꿈이란 원래 계획이 되기 전에 먼저 감정으로 찾아오는 것이니까.
아이들은 꿈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저 끌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좋아하는 것을 이유 없이 반복한다. 그 안에는 현실성도, 가능성도, 타인의 시선도 없다. 오직 자기 마음만 있다. 그래서 어릴 적의 꿈은 미완성이라서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다시 완성해 가야 할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성장하면서 다른 언어를 배우게 된다.
현실적인 선택, 안정적인 길, 그건 쉽지 않다는 말들. 대부분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친절하고 합리적이다. 문제는 그 말들 속에서 꿈이 조금씩 조정된다는 점이다. 크기를 줄이고, 방향을 바꾸고, 결국에는 어릴 때 이야기였다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한다. 현실을 이유로 꿈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가장 쉽게 자신을 이해시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사진 속 아이를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떠올렸다.
나 역시 어릴 적에는 제법 거창한 꿈을 꾸었다. 지금 그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했던 건 그 꿈을 말할 때 눈빛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가. 과거의 내가 바라보던 사람이 되었을까, 아니면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가능성을 미리 접어 두지는 않았을까.
이 사진은 아이의 잠든 모습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시간을 담고 있다.
겹쳐진 노출만큼이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포개진다. 초심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다는 말 뒤에 숨어온 것인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꿈을 잃은 것이 아니라, 바쁘다는 이유로 오래 꺼내 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지금은 늦었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꿈은 반드시 직업이 될 필요도, 거대한 목표일 필요도 없다. 다시 배우고 싶은 것, 오래 미뤄 두었던 시도, 마음이 움직였던 방향으로 한 발 내딛는 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꿈을 다시 걷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나를 돌아보려 한다.
어릴 적 바라보던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그 형태는 달라졌을지라도 본질은 아직 남아 있는지. 아직 이루지 못했거나, 여전히 진행 중인 꿈이 있다면 다시 도전해 보려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사진이 조용히 말해 주는 것 같아서다.
사진 속 아이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얼굴로, 세상과 아직 타협하지 않은 상태로.
그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꿈을 다시 크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짚신짝처럼 내팽개치지는 말자고. 한때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었던 것을 그렇게 쉽게 버리기엔, 아직 남은 시간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저렇게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잠 속에서, 분명 무언가를 꿈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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