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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닫아버린 귀 "노이즈캔슬링"

<보고, 10분, 사유>

by 윤서린

오늘의 생각거리, 관찰거리는 "에어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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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마음먹고 산 에어팟 이어폰

- 삼성폰 쓰는 사람들은 콩나물이라고 놀리지만

- 이렇게 보니 귀에 들어가는 고무패킹 부분이 오리주둥이 같이 보이기도 하고

- 앙증맞게 본인의 자리에 다소곳이 들어가서 기다리는 모양이 위에서 보니 귀엽네

- 평소에는 그냥 빨리 열고 닫았는데 어떤 사물을 자세히 본다는 건 좀 더 다정해지는 일일까?

- 나는 보통 에어팟을 한쪽에만 끼는데 그 이유는 둘 다 끼면 남들이 하는 말을 잘 놓쳐서

- 보통 지하철 타고 이동할 때 듣는데 지하철 역을 자꾸 놓치니까 아예 안쪽 귀는 꽂지 않는다

- 그런데 양쪽 다 귀에 꽂을 때가 있다. 쇼핑할 때! 쇼핑몰에서 이미 노래가 나오지만 나는 내 노래를 듣는다.

- 사실 노래를 듣기도 하지만 나한테 말을 걸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제스처다

- 에어팟을 꽂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안 걸어서 좋다

- 매장에 들어가서도 시선을 맞추거나 뭘 필요한지 묻지 않는다. 나는 점원이 물어볼까 봐 매장 안 자체를 잘 안 들어가는데 무선이어폰을 끼면 들어갈 용기가 생긴다.

- 용기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나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으니 저에게 말을 걸지 말아 주세요. 어차피 안 들리고 안들을 거예요. 이런 메시지를 나 대신 이어폰이 말해주기 때문 아닐까?

- 노이즈캔슬링을 하면 주변 소음이 하나도 안 들리고 노래와 나만 그 공간 안에 있는 느낌이 든다.

- 약간 일상의 사람들과 공간에서 벗어나 그들을 관조하는 느낌이랄까?

- 나는 무선이어폰을 끼고 장작이 타는 소리나 빗소리를 틀어놓고 글을 쓸 때가 있다

- 그러면 처음에는 빗소리나 장작 타는 소리가 크게 들려서 좀 거슬리기도 한다

- 하지만 글을 쓰면 어느새 그 소리가 저절로 볼륨조절이 되듯이 내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 내가 듣고 싶은 소리와 내가 듣기 싫은 소리를 구별해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다면 어떨까?


- 남들이 하는 험담이나 핀잔, 짜증 섞인 말, 상처 주는 말... 그런 말을 자동으로 걸러주는 게 있다면...

- 내가 최근 들었던 말 중에 "노이즈캔슬링"으로 걸러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나?

- 과연 그 말은 정말 듣기 싫었나?

- 그 이유는 무엇일까?


- 내 주변에 무선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지금 진짜 노래를 듣는 걸까? 아니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걸까? 아니면 혼자만의 생각이 필요한 사람일까?

- 때론 듣기 위해 이어폰이 필요하고, 때론 외부의 다른 소리를 듣기 싫어 사용하는 이어폰


- 나는 삶에서 어떤 것들에 귀 기울이고 어떤 것들에 귀를 닫고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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