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4 공유 1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소심한 여행자의 여행 표류기
by Amango Apr 18. 2017

인도에도 집밥은 있다.

흔하디 흔한 인도의 집밥

인도의 집밥

인도에서 이방인인 우리들 대부분은 인도의 음식을 생각하면 단순히 식당에서 파는 걸쭉한 '인도 카레' 또는 '탈리'(쟁반에 나오는 우리나라 백반 같은 음식)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집에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매일 먹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도 가정에서도 항상 정식을 차려 먹지는 않는다. 특별한 손님들이 온다거나 혹은 명절이나 축제 때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음식 행렬에 지칠 정도이지만 보통은 커다란 접시에 음식을 덜어 놓고 밥이나 밀전병 빵인 로띠를 손으로 먹는다.


달 커리 라이스


 바람에 휘날리는 칼로리가 적은 흰쌀을 접시에 한가득 담고 그 위에, 토마토와 고추를 넣고 푹 고은 노란빛의 '달'(렌틸콩)을 듬뿍 부어 올리고, 그 옆에 짜나(이집트콩) 카레 아주 조금 고추 한 개와  아차르라고 불리는 아주 맵고 신 맛이 나는 피클을 곁들여 먹는다.


 커다란 접시에 음식을 나눠 담고, 바닥에 앉아 따뜻한 음식을 손으로 비벼 먹는 그 맛은, 조용한 정적 속에서 아무런 말 없이 오로지 먹는 것에 집중한 그 조용한 식사 시간을 경험한 자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도 가정에 초대받는 일은 즐겁기도 또는 부담되기도 하는 일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에는 누군가의 초대에 그저 즐거워 한걸음에 달려가곤 했지만, 한 그릇을 더 먹으라고 마구마구 권하는 그들의 따스한 시골 인심에 부담이 되어 어느 순간, '아 조금만 줘, 조금만'을 외치게 되었다. 우리네 시골 인심이라고나 할까. 이런 풍습은 인도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 마음씨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인도의 대표 간식 사모사를 집에서



 어느 날, 인도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던 보통의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인도 길거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간식, 그리고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사모사( 감자 카레를 넣어 만든 삼각형 튀김)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마침 인도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내게 레시피를 알아오라는 부탁이었다. 내 말을 들은 인도 친구는 '그렇게 사모사가 좋으면 인도에 와서 사모사 왈라 (사모사를 만드는 사람)에게 시집오라 하면 되잖아'하며 귀찮아했지만, 역시 그다음 날 아침에 사모사를 만들 재료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식당 최고의 요리사에게 부탁하여 배운 인도의 사모사. 삼각형 모양의 사모사를 으깨어 그 위에 촐레 (병아리 콩을 졸여 만든 소스)를 붓고 고수를 조금 뿌려 먹었던 김이 나던 사모사. 인도 길거리에서 느끼지 못했던 집밥의 신선한 사모사였다.


친구 프렘이 직접 만들어준 시금치와 로띠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매니저 일과 청소일을 겸하고 있는 인도 친구 '프렘'.

그는 고운 마음씨와 성실함으로 모두의 칭송을 받고 있는 친구인데, 내가 이 숙소에서 지낼 때마다 항상 그의 모닝커피로 아침을 시작했었다. 이 친구가 잠시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육식을 끊고 한동안 시금치 카레와 로띠(호밀로 만든 얇은 밀전병)로만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금치를 제일 좋아하는 나와 함께 향신료를 조금만 넣어 만든 시금치 카레와 뜨거운 로띠로 즐거운 점심식사를 같이 하곤 했다. 그냥 자연의 시금치 맛의 카레와 함께 하는 인도의 집밥. 인도의 시금치는 유난히 맛이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금치 커리와 로띠

인도가 너무 더워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을 때 

또는 입맛이 없을 때 먹는 간단 인도식 집밥


인도 친구가 토마토를 꼬챙이에 끼워 숯불 위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돌리며 굽기 시작했다.

마치 파프리카를 검은색이 될 때까지 구워서 껍질을 벗겨 만드는 고급 요리처럼, 그도 토마토를 검은색으로 태운 후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뜨거움을 참으며 세 개의 동그란 토마토 껍질을 벗기더니 그릇에 뭉개어 넣고, 거기에 인도 카레를 만들 때 필수인 겨자기름 몇 방울, 초록색의 작은 맵디 매운 인도 고추와 양파, 마늘을 잘게 썰어 소금을 한 줌 넣고 섞으니 토마토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걸쭉한 소스가 되었다. 더위를 먹어 입맛이 없다던 친구는 아주 급하게 토마토소스를 수북이 쌓인 밥에 부어 손으로 비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보며 엄지 손가락을 '척' 든다.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음... 글쎄....이지만 주위에서 각자 나름의 일을 하고 있던 조무래기 소년들도 모두 '아주 아주, 매우 맛있다'라고 한다. 이것은 오로지 인도인만이 맛을 느낄 수 있는 간단 인도식 집밥이 아닐까.


정체 모를 간단 인도 집밥


인도 기차역의 진정한 아침식사 - 뿌리 & 사브지


인도 기차역에는 작은 리어카에 작은 밀전병 튀김과 '사브지'라고 블리는 야채 감자 카레를 양동이에 넣고 파는 사람들이 선로에 죽 서 있다. 뿌리 사브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느 기차역에서 제일 맛난 뿌리 사브지를 파는지 서로 앞다투며 말을 할 정도로 팬층이 두터운 간단 아침 음식이자 기차 안에서 허기를 달래 주는 음식이다.

이름하여 그 유명한 뿌리 & 사브지.


보통은 답답할 정도로 느릿느릿한 인도도 '빨리빨리'를 외치며 음식을 만들어줘야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기차역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차가 한 기차역에 잠시 정차를 하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기차 안의 승객들은 때를 잘 맞춰 재빠르게 나와서 그들이 원하는 간식을 사야만 한다. 그럴 때 가장 안성맞춤인 음식이 바로 '뿌리&사브지'이다. 인도 밀전병을 기름에 튀겨 만든 뿌리를 작은 나뭇잎 접시 위에 네 장 올리고, 그 위에 사브지라 불리는 감자 카레를 부어 주는 '뿌리&사브지'는 한 손에 나뭇잎 접시를 들고 먹을 수 있는 간단 인도 식사이다. 하지만 기차역뿐만 아니라 아침에 많이 먹는 인도의 가정식이자 서민 식당의 아침 식이기도 하다.


뿌리 & 사브지

그리고 인도의 집밥 혹은 카레가 조금 질렸다면 잠시 멈추어도 된다.

- 인도에서 즐기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세트


인도에 왔다고 항상 카레만 먹을 수는 없는 일.

그럴 때는 가끔, 서양식, 또는 중국식, 한식, 일식, 멕시칸, 이탈리안 등등의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인도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흔하고도 맛있는 아침 식사 세트. 영국식으로 나오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세트.

-여행자 거리에는 보통 영국식, 또는 스페인식, 아메리칸식 등등의 여러 가지 이름의 아침식사 세트를 가지고 있지만, 물론 대부분의 음식재료는 비슷비슷하며(계란과 감자튀김이 곁들여진) 형태만 조금씩 바뀐다.  


우아한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세트


이렇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달콤한 것이 당긴다면, 

저렴한 비스킷을 부셔 넣고, 초콜릿 가루를 붙여 만든 인도식 초콜릿 볼로. 디저트를.


하얀 코코넛 가루가 뿌려진, 소박한 맛의 초콜릿 볼로 마무리.

역시 인도에는 없는 게 없군.

역시 인도는 노 프라블럼!






keyword
magazine 소심한 여행자의 여행 표류기
소심한 여행자의 여행 표류기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