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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망고 Apr 08. 2024

'인도'에 산다, 인도에 '산다'

01.

내가 인도에 산다고 말하면 상대방은 십중팔구 '인도'에 방점을 찍는다. 타지마할이 있는 인도, 갠지스 강이 흐르는 인도, 요가하는 인도, 카레를 손으로 먹는 인도, 신성한 소가 길거리에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그 인도.


호기심 어린 질문은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내가 인도 땅 어디에서 무얼 하며 어떻게 먹고 사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듯 이것저것 캐묻는다. 놀란 눈빛, 신기한 눈빛, 경외하는 눈빛,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내가 입을 떼기만을 기다린다. 상상도 못 한 나라가 나와 재밌다는 의사도 있었고 꼭 한번 다녀오고 싶은 나라에 살다니 정말 부럽다는 요가 수행자도 있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인도'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모두의 주목을 받곤 한다.


인도는 신비로우면서도 악명이 자자한 나라이지만 나는 아무래도 인도가 아니라 '산다'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다. 오늘 당장 타지마할을 구경할 수 있는 널널한 여행객도 아니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두 달짜리 수련을 떠날 수 있는 수행자도 아니다. 그저 한 나라에서 집을 빌리고, 밥을 해 먹고, 일을 나가고, 청소를 하고, 주말에 놀고, 그러다 가끔씩 시간과 돈을 모아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평범한 삶을 애처로울 만큼 성실하게 꾸려 나갈 뿐이다.


재미난 영상이 보여주는 인도와 내가 기록하는 인도는 가까운 듯 멀다. 바라보는 곳이 다른 만큼 각자가 경험하는 세상도 다를 테니 지금부터 들려줄 이야기는 오로지 나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완성되는 단 하나의 인도다. 나는 인도에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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