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 위에 마음이 먼저 도착했다. 낯
나에게 여행은 언제부터 이렇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을까.
단순히 쉬고 싶어서 떠나는 마음도 있지만,
다른 기대가 함께 섞여 있기도 하다.
아무 계획 없이 낯선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과
그 낯섦 앞에서
내가 어떤 마음과 얼굴을 하고 있을지
다시 한번 마주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누구나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면
감정의 반응도 조금 달라진다.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살아갈 때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마음들이
낯선 풍경 앞에서는
조금 더 솔직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낯선 골목길을 잘못 들어서서 잠시 멈춰야 할 때,
현지인들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서툰 손짓으로 마음을 전할 때,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순간들 앞에서
‘아,...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이었구나.’ 하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일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내 모습이
여행지에서는 유난히 또렷해지는 순간들이다.
마치 마음의 속도가
한 박자 늦춰진 것처럼,
새로운 풍경 앞에서
괜히 말이 없어질 때도 있다.
넓게 펼쳐진 바다를 만났을 때도,
선명한 초록의 높은 산을 마주하고도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게 되는 순간들.
풍경에 압도된 것도 있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나를
그대로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진을 찍으며 풍경을 담다가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내 마음은 어디쯤 와 있을까.
설렘 앞에서 조금 들뜨는 나,
불편함 앞에서 어색해지는 나,
익숙하지 않은 음식 앞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웃으며 한입 베어 무는 나.
그런 반응 하나하나를 스스로 느끼면서
나는 나를 관찰하게 된다.
낯선 곳으로 떠나보아야 알 수 있게 된다.
내가 얼마나 고요함을 그리워했는지,
작은 사소한 순간에도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미처 느끼지 못한 채 흘려보낸 감정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차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낯선 곳에서
나와 마주하는 시간은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어떤 마음으로 걷고,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 앞에서 오래 머무는지를
천천히 느끼게 한다.
앞으로의 낯선 길 위에서는
또 어떤 나를 만나게 될지,
그 시간을 설레며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