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생리 때문이다
월경전 증후군[ premenstrual syndrome] 월경 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행동적, 신체적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증상군 (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 병원)
원래는 없었다 그놈의 PMS
그러니까 원래라고 하면 5년 전쯤이었을까, 그때는 생리 기간 중에 월경통만 있었을 뿐이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월경 전 주에 미친 듯이 아프거나 이러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식탐만 많아져서 열심히 돼지가 되었을 뿐, 내 몸에서 피가 나기 전에는 크게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고 하던가. 5년 간 열심히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차곡차곡 내 몸에 쌓아왔고, 글 속에서만 봤던 월경 전 증후군이 나에게도 생겼다.
PMS가 시작되면 나는야 호르몬의 노예
노예 생활이 시작되면 일단 기분이 나빠진다. 정말 나빠진다. 모든 것에 환멸을 느끼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회사를 그만둔 지금도 지구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아주 다크 한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곧 잘 해왔던 운동도 하기가 싫고 움직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또 가만히 누워있는 것도 짜증 나고. 그냥 이런 상태다. 이럴 때 누가 시비를 걸기라도 하면 옛다 잘 걸렸다 하고 싸우게 되는 것이다. (언니 하고 나하고는 주기가 비슷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집은 난리가 난다. 남동생한테 아주 조금, 미안하다.)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집 야옹이다
(하나.멍코의 귀여움 참고) 말을 하지 않는 가만히 있는 귀여운 존재의 힘이란... 방금도 멍코를 안고 잠시 힐링의 타임을 가졌다. PMS라 예민한 애인을 두고 있는 자들 이어, 괜히 말 걸어서 서로 상처 받지 말고 입 다물고 가만히 옆에서 있어줘라.
명상을 시도해본다
평소라면 하지도 않을 명상도 이런 짜증 나는 마음을 다스리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명상을 하려고 눈을 감는 순간에도 짜증이 계속 밀려왔고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졌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 안에 있다는 말을 자꾸 되뇌라고 하는데 반박하고 싶었던 마음이 계속 드는 걸 보면 pms에 명상은 나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안의 화로 가득한 에너지를 쏟아내야 한다
망할 호르몬 때문에 평정심이 유지되지 않는다. 다 짜증이 난다. 그리고 바깥 에너지로 짜증을 분출하면서(예를 들어 소리를 지른다던가, 뭔가를 힘껏 때려 부신다던가..) 에너지를 쓰면 잠시 풀린다. 생리 전마다 복싱을 가야 하나? 이걸 풀어내기 위해서 악지르면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데 망할 코로나 때문에 코인 노래방도 못 간다. 생각하니까 또 짜증이 난다. 그렇다고 노래방 마이크로 집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면 주변이들한테 짜증을 유발해서 더 짜증 나는 상황이 찾아 올뿐이다.
이게 다 생리 때문이다
왜 이렇게 이 짧은 글에 짜증이라는 말이 많을까. 이게 다 생리 때문이다. 왜 생리를 하는 거야. 월경을 하면서 피를 배출하기 때문에 건강해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굳이 이런 아픔과 이러한 감정 기복까지 동반했어야 했나. 아니면 일 년에 한 번만 월경을 할 수는 없었나. 왜 이렇게 자주 생리를 해야 하지? 한 달에 한 번이나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지? 여기에 드는 감정 소모와 고통과 경제적인 부담이 얼마나 큰데! 신이어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몸만 힘들던가 정신만 힘들던가 하나만 하게 할 수는 없었던 건가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여성들의 월경 기간을 편안하게 할 상품들이 개발되지 않은 것은 남성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월경 컵이 대중화된 것도 불과 몇 년 되었을 뿐이니. 전 세계 개발자들아 연구 좀 해서 우리 좀 편안하게 해 줘라!
(덧. 언니가 이 글의 제목을 보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냐고 물어봤다. 언니는 나보다 100배는 호르몬의 노예가 된다. 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