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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회의원 안민석 Sep 01. 2020

KAL 858 유품과 유해를 가족품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 Annex 13 항

‘새롭고 중요한 비행기 증거물’이 발견되면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첫해 겨울 KAL858기 폭파 사건 유가족 대표와 신부님 한 분이 jtbc 스포트라이트 봉지욱 기자와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87년 11월 29일 KAL 폭파 사건 당시 저는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 초임 발령을 받았을 때였는데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에 가득 차 있을 때였습니다. 폭파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발표되었을 때 국민들은 분노했고 폭파범 김현희는 대통령 선거 전날인 12월 15일 한국에 송환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노태우 대통령의 당선에 영향을 주었고 이후 김현희는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보름 후에 사면 복권되었습니다. 그런데 유족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지난 33년 동안 진실을 위한 기나긴 투쟁을 해왔습니다. 특히 115명 사망자 중 25명의 승무원을 뺀 90명 탑승자 대부분이 중동 노동자 출신이란 점이 더욱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그분들의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었지만 저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2014년부터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밝히기 위해 외로운 추적을 했고 2017년 촛불국민의 힘으로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린 후에도 6개월간 국내외 강연을 50차례 다니며 북콘서트를 마친 즈음이라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기 때문입니다. 유족들은 국정농단을 밝히는데 헌신한 한 정치인에 대한 특별한 기대가 있어서 저를 찾아왔다고 하지만 이미 저는 국정농단을 밝히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만 정치인으로서 역사적 책무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거운 십자가를 나만 지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몇 달간 북콘서트를 다니며 강행한 결과 가족과 지역을 돌보지 못했고 에너지도 완전히 고갈되어 새로운 일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30년 동안 열지 못한 판도라 상자를 열 수 있다는 가능성도 희박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그분들과 인연은 맺어지지 못했습니다.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 준비에 여념이 없던 1월에 MBC에서 KAL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미얀마 아다만 바다 밑에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는 보도를 우연히 보았습니다. 다소 관심은 갔지만 선거에 집중해야 하는 때여서 그냥 지나쳤고 나와는 무관한 일로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전 두 분의 신부님이 저를 찾아오셔서 새로운 자료를 주시며 꼭 도와달라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동체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진정성이 없고 아직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방송사가 촬영한 동체가 KAL이 맞는다면 당연히 인양해야 하고 유품이나 유해가 있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마다 유품과 유해를 찾아 주겠다고 공언하고도 33년간 정부가 해내지 못한 일을 민간이 안다만 바닷속을 뒤져 촬영까지 했으니 정부로서는 반성하고 이제라도 KAL858기 진위를 신속하게 가려야 할 것입니다. 방송이 나간 지 8개월이 넘었으니 유족들은 속이 타 들어갈 것이 당연하고 저 역시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의 영역에서 진실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위험을 수반합니다. 자칫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반대편의 역공을 받게 되고 궁지에 몰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여당 의원이 정부를 추궁하고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라면 더욱 주저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최순실 300조 재산 가짜 뉴스로 보수 유튜브의 공격을 받고 있는 터라 자칫 유족들에게 누가 될지도 몰라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KAL858로 추정되는 동체를 정부가 조사 및 인양을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입니다. 더 이상 정부가 피할 이유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저의 질문은 정부가 조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답하라는 것이었는데 강경화 장관은 다소 불편해하면서도 희망적인 답변을 주었습니다. 미얀마 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으나 미얀마가 우기 시즌이라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19 때문에 조사가 어렵다는 장관의 설명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그러나 우기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코로나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방송 이후 8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유족들 입장에서는 장관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부도 유족처럼 간절하다면 이미 조사를 마치고 인양작업도 마무리했을지 모릅니다. 이제라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책무를 가진 국가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하지 못한 바닷속 KAL858 동체 추정체를 민간이 찾았으니 지금부터는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합니다. 


1987년 11월 29일 14시 5분 KAL858기와 115명이 세상에서 사라졌습니다. 33년이 지난 2020년 11월 29일 전에 KAL858기가 진실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판도라 상자는 진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정부는 유품과 유해를 찾아 가족에게 돌려주겠다는 진정성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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