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같이펀딩 유준상의 태극기함
오옷!! 드디어 왔습니다.
두 어달 전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 있는 펀딩이라는 내용에 호기심이 끌려 시청하다가 독특한 캐릭터의 배우 유준상을 보면서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라는 신조로 살아온 내게는 결이 다른 사람이라 느꼈습니다.
사실 장애인이 되기 전에는 특별히 국가와 나를 구분 짓고 살지는 않았던 거 같습니다. 뭐 그때는 워낙에 지들 맘대로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들을 자행하는 군부시절이었기도 해서 따로 국가가 뭐고 자시고 하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고, 장애인이 되고 나서는 여러모로 대한민국의 민낯을 봤다고 해야 하나요? 참 살기 힘든 나라였습니다.
버스가 급정거 급출발하는 바람에 굴러서 승하차장에 거꾸로 처박혀도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고 슬금슬금 피하거나, 한 겨울 정류장 앞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한참 떨어진 곳에 정차하는 버스를 뒤쫓아 가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출발해버리고, 지하철역 계단에 굴러도 누구 하나 손을 내밀어 주지 않던 장애인에 대한 시민의식은 바닥이었죠. 게다가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아서 기초생활수급을 요청하러 갔더니 부모 포기각서를 받아오라고 당당히 말하던 공무원의 면상 앞에서 울분을 토해야 하기도 했죠.
대한민국, 없는 사람, 힘없는 사람, 불편한 사람처럼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더욱 살기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애국심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생길 턱이 없는데 이상하게 유준상의 거침없는 들이댐에 코끝이 달아올랐습니다. 애국심이라고 까지는 민망하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보다 말고 참여해보려고 접속해 봤더니 이미 1차 펀딩은 마감!
은근 아쉽고 열받데요. 그래서 2차 펀딩이 시작되는 날만 기다리다가 시작되자마자 참여했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태극기를 기다리기를 2달쯤, 오늘 드디어 받았네요!
포장을 풀면서 태극기함에 뭔지 모를 뜨거움이 막 피오르다가 확 식어 버렸네요. 함에 힘차게 소산 선생의 각인을 기대했건만 반들반들 한 태극기함을 보니 살짝 실망했다고나 할까요? 몰랐네요. 소산 선생의 각인이 들어 간 태극기함이 스페셜 에디션이었다는걸. 알았다면 한 번 더 참여해볼 걸 그랬습니다. 아내는 배신이라고 하네요. 크크.
어쨌거나 포장을 풀고 조립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해준 거 하나도 없는 국가지만 그래도 '조국'이라는 게 참 가슴 뜨겁게 합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 울컥하게 하는지.
사진 찍는다면 얼굴부터 가리는 아이가 모델을 자청하더니 아예 태극기를 휘날리네요.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거실 한쪽에 늘 세워두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