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를 한다.

동네 미용실에서 한가함을 즐기다!

by 암시랑

나는 머리 칼을 자르는 혹은 볶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생각하는 부류라서 두 달이고 세 달이고 볼품이 있거나 없거나 그냥 내버려 둔다. 그래서 보통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거나 덥수룩함을 넘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가 돼서야 미용실에 간다.


쉰이 넘어가니, 아니 솔직히 그전부터 슬슬 소갈머리(정수리 탈모)가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패션이나 미용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여 아내의 권유대로 파마를 했다. 스타일이 문제가 아니라 소갈머리를 감출 수 있는 위장술 가능한 파마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한데 그동안 몇 번의 경험으로 파마를 하는 시간은, 미용실에 앉자 꽤 많은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야 하는 일이었다. 특별히 정해진 일도 바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집에서 티브이나 보며 허비할 시간이 뻔했지만 그런데도 머리에 보자기 같은 온열기를 뒤집어쓰고 멍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은 시간 죽이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한데 언제부턴가 이런 일들이 기분 좋은 시간이 되었다.

머리칼을 쓰다듬는 헤어디자이너의 섬세한 손길에 헤어클리퍼의 진동이 머리통의 곡선을 타고 새로운 리듬감을 전해 주기도 하고, 머리칼이 곱슬거리기를 기다리는 시간,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향기와 챙겨 간 책을 읽는 시간은 꽤나 낭만적이기도 하다. 특히 듣기 좋은 멜로디는 절로 흥얼거리 게 돼서 더 그렇다.

요즘처럼 어깨를 웅숭거리게 만드는 거리의 추위를 따뜻한 실내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있는 일은 나쁘지 않다. 게다가 옆에 앉은 아줌마의 인생사를 본의 아니게 엿들으며 혼자 피식거릴 수 있는 건 덤이기까지 하다.


이 아줌마, 연애하고 싶은가 보다! 아니면 하고 있거나….


지금 난, 동네 미용실에 앉아 파마를 한다. 그 한가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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