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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인문] 죽음으로부터의 자유

| 나이 듦과 죽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by 암시랑

저번에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을 읽다가 그곳 괴테 마을을 정기적으로 다니다는 글쓰기 모임 <메멘토 모리>가 있고, 그 모임 발제문을 모아 책까지 냈다고 해서 궁금해서 따로 메모를 해놨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노년의 독서가들과 또 대부분 나이 듦이 자연스러운 그들의 글쓰기 모임에서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또 그들은 어떤 발제문으로 기록에 나섰는지 흥미로웠다. 이 책은 그동안 모은 200권의 발제문 중 52권을 추려 엮었다 한다.


1990년 즈음 모 복지 재단에서 주최한 죽음 준비 교육 과정에 참여했던 대여섯 명이 안국동 길가 다방에서 죽음에 관한 책 수다 떨다 모임이 시작됐다는 이 모임은 20년 이상 여전히 운영 중이라 한다. 그들의 모임 모토는 '심히 오래가기'라니 꽤 인상적이다.


나는 아직 뭘 몰라서 혹은 철이 덜 들어서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목이 부러지는 통에 생사고비를 넘겨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이 딱히 두렵거나 불편한 느낌이 덜하다. 아니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설까?


그럼에도 죽음은 몇 해 전 친구가 교모세포종이 발병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석 달도 되지 않아서 세상을 달리했다. 아마 이때 어쩌면 죽음은 늘 목전에 있고 닥치면 손쓸 시간이 없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었다.


내용에 등장하는 와카타케 치사코의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에서 등장한 말인지 아니면 발제자 장상애의 말인지 몰겠으나 "늙음도 하나의 문화가 아닌가."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늙음'이란 보통은 돌봄이나 배제와 혐오의 대상일 텐데 그런 것이 아니라 문화의 한 축으로 바라보는 다정함이 너무 좋았다. 만약 이런 공동체가 있다면 그곳은 분명 유토피아가 아니겠는가.


KakaoTalk_20241229_095811106_01.jpg 134쪽_숨결이 바람 될 때


이 책은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책을 주제로 저자 및 줄거리, 발제 주제, 토론 주제의 형식으로 모임 구성원의 토론 내용을 요약 편집했다. 발제자와 토론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것은 흥미롭긴 하지만 오롯이 한 권을 제대로 읽는 느낌은 덜해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그럼에도 다소 무거운 주제인 '죽음'에 대해 다양한 도서를 다루고 있고 모임 구성원의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어서 독자에게 읽기 전과 후의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를 줄 수도 있겠다 싶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나이 듦에 대한 철학이라든지 연로한 부모를 대하는 태도라든지 말이다.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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