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점과 아쉬운 점을 중심으로
Ultra Korea는 대한민국 최대의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이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간 어떠한 페스티벌도 Ultra Korea만큼 정기적으로 일렉트로니카 씬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2012년 국내에 진출한 Ultra Korea는 존재 자체만으로 지난 5년간 한국 일렉트로니카 씬의 외연을 확장시켰으며 그 결과 일렉트로니카 음악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Ultra Korea의 영향력은 곧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 Ultra Korea'의 공식이 되어 매년 모든 티켓이 매진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더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Ultra Korea는 매년 누적 관객이 10만 명을 넘는 초대형 행사로, 특히 5주년인 2016년은 누적 관객 15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는 Ultra Korea가 섭외한 세계구급 유명 DJ들과 라이브 팀들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Ultra 브랜드의 효과일 것이다. 이미 Ultra는 그 자체로 관객들을 모을 수 있는 안정된 궤도에 올라왔다. 그러나 2016년 Ultra는 지속 가능한 가능성뿐 아니라 몇 년간 지적된 아쉬운 점을 고치지 못한 모습도 보여줬다. 때문에 이번에 'Ultra Korea 2017'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2016년 Ultra Korea에 참석하며 느낀 'Ultra Korea 2016'에서 겪은 인상 깊은 점과 아쉬운 점을 다뤄보고자 한다.
인상 깊은 점
1. 서울
Ultra Korea 2016의 개최 장소는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주경기장이다. 이는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장점이다. 먼저 서울은 교통이 '매우' 잘 되어있다. 지방 관객들에게 간편하고 수도권 관객들에게는 더욱 편하다. 이를 공연장에 오는 것뿐만 아니라 공연 후 집 또는 숙소로 돌아가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교통의 편리함은 더 큰 장점이 된다. 또한 서울은 숙박 및 식사 선택의 폭이 넓다. 덕분에 수도권 관객들에게는 공연 후 막차를 놓쳐도 큰 부담이 없으며 지방 관객들은 찜질방부터 호텔까지 가격대 별로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 지방 페스티벌은 캠핑과 모텔 그리고 펜션이라는 한정된 선택지밖에 제공할 수 없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큰 장점이다. 이렇듯 '서울'이라는 개최지의 프리미엄은 정말 크다. '개최지 서울'만으로 다양한 편의성을 획득할 수 있으며 이는 곧 관객들의 부담을 낮추는 것으로 이어진다.
2. 정말 비싼 DJ들의 내한
Ultra Korea 2016도 Ultra Korea 답게 정말 몸값이 비싼 DJ들을 섭외했다. 평소 클럽 공연이나 다른 페스티벌에서 한번 보기도 어려운 DJ들을 한 페스티벌에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Ultra Korea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이다. Afrojack, Armin Van Burren, Axwell&Ingrosso, Deadmau5 등 이미 내한 공연을 했던 유명 DJ들부터 Jauz, Ansolo, Fred falke 등 첫 내한인 DJ들까지. 이러한 기회는 일 년에 딱 한번 6월 Ultra Korea에서만 가능하다. 더욱이 이번 Ultra Korea 2016는 스웨덴의 유명 DJ Avicii의 공연을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보다 특별했다.
3. 북적거리는 관객.
5주년을 맞아 3일로 행사 기간을 연장한 Ultra Korea 2016은 누적 관객 15만 명을 동원했다. 그 결과 Ultra Korea 2016는 정말 북적거렸다. 누군가에게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페스티벌에서 관객이 적은 것은 좋지 않다. 사람들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이유는 음악 듣는 것과 유명 DJ들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페스티벌이라는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페스티벌 분위기'는 텅 빈 관객석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북적거리고 개성 있는 코스튬을 한 유쾌한 관객들과의 교류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점에서 Ultra Korea 2016은 제대로 페스티벌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남 눈치 보지 않는 수많은 관객들과 함께라면 어색함과 부끄러움을 잊고 '일탈'을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
1. 장르 편중.
Ultra Korea가 섭외하는 거액의 DJ들은 인상 깊지만, 이제는 지겹다. '하우스', 특히 빅룸 하우스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위주인 라인업은 이제 별로 새롭지 않다. 이는 특히 메인 스테이지에 배정된 DJ들에게 유독 심하게 드러난다. Martin Garrix, Axwell&Ingrosso, Avicii 모두 메인 스테이지의 피날레를 장식한 DJ들로 모두 하우스 장르로 분류된다. 혹자는 Shogun이나 Armin Van Burren은 트랜스 DJ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이미 트랜스 DJ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러한 장르의 편중은 결과적으로 페스티벌의 질을 떨어뜨린다. 페스티벌 3일간 동명의 히트곡이 수십 번 플레이되며, 3분에 한번씩 나타나는 호응 유도 퍼포먼스와 "푸쳐 핸섭!"에 관객들은 지루할 뿐이다. 심지어 13년에 발표된 'Reload'도 2016년 메인 스테이지에 수 차례 등장했다.
다행히 Ultra Korea의 라이브 스테이지는 상황이 더 나은 편이다. 2016년에는 Chase And Status와 Netsky 그리고 Rabbit In The Moon과 Deadmau5가 라이브 스테이지의 헤드로 내한하여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줬다. 특히 Netsky의 Rio연주에 맞게 내린 소나기와 Rabbit In The Moon가 보여준 그라인더 퍼포먼스는 Ultra Korea 사상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이러한 라이브 스테이지와 메인 스테이지 간의 차이는 아쉽다. 앞으로도 관객이 많은 메인 스테이지에 하우스 위주의 섭외만을 한다면 Ultra Korea가 계속해서 흥행할 수 있을까? 유행은 빠르게 변한다. 세계 일렉 트로니카 씬에서 기존 메인스트림 하우스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2. 이레적으로 늦은 티켓 배송
Ultra Korea 2016 최악의 실수. 2016년 Ultra Korea 예매자 중 제때 티켓을 수령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관객들이 공연 일주일 전에야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페스티벌 티켓이 한 달 전에 배송되는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늦은 것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뒷 이야기가 도는데 그중 하나는 Ultra가 계약한 인쇄회사가 일반 티켓과 Vip 티켓을 구분하지 않고 출력했다는 것 그리고 배송 회사의 착오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는 소비자에 대한 태도로 옳지 않다. 더욱이 Ultra Korea는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공연 직전까지 배송받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현장 수령을 제공해준다고 했으나 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3. 여전히 매우 부족한 위생시설
올해도 화장실과 쓰레기통이 매우 부족했다. Ultra Korea 2016의 누적 관객만 15만 명이다. 여기에 행사 진행 인력과 아티스트들을 넣으면 그 수는 더더욱 많아진다. 그러나 준비된 화장실은 50개를 넘지 않으며, 이를 또 남녀로 나누면 각 성별에 맞는 화장실은 더 줄어든다. 이로 인해 올해도 화장실 줄은 길었으며, 남성 대변기 칸을 이용하려 남자 화장실로 또 여성 관객들이 들이닥쳤다. 이는 불편할 뿐 아니라 수치심까지 유발한다.
또한 Ultra Korea의 부족한 쓰레기통의 전통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궁금하다. Ultra Korea는 매해 쓰레기통이 부족했다. Ultra Korea 행사장에 쓰레기가 많은 것은 시민의식 부족이 아닌 쓰레기통 부족에 기인한다. 정말 쓰레기통이 없다. 그렇다고 밤새 이어지는 공연 시간 동안 양 손에 쓰레기를 쥐고 있을 수도 없다. 결국 양심에 찔리지만 바닥에 버린다. 만약 Ultra Korea가 쓰레기통을 더 많이 배치한다면 행사 후 청소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지적되는 화장실과 쓰레기통 문제는 언제 해결될까?
4. 계속 발생하는 문제
Ultra Korea의 행사 진행 능력이 아쉽다. Ultra Korea는 5년간의 노하우를 쌓긴 한 것일까? 유독 Ultra Korea 2014 때 메인 스테이지에 불이 붙은 것, 작년 메르스 사태 대응 문제는 특수한 경우일 수 있다. 그러나 Ultra Korea 2016은 공연 진행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진행에 문제가 있었다. 먼저 첫날 헤드라이너였던 Martin Garrix 공연은 일정보다 10분 일찍 끝났다. 음향 문제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날 폭우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던 페스티벌이 다시 진행될 때도 문제가 발생했다. 매직 비치 스테이지의 음향과 영상이 먹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폭우가 갑작스러운 폭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일주일 전에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다. 이게 정말 돈을 받고 판매하는 페스티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례'일까? Ultra Korea의 운영은 유명 브랜드 가치와 맞지 않게 미숙하다. 2017년에는 행사 진행 능력이 나아지길 바란다.
5. 흡연구역이 단 한 곳.
흡연구역 문제는 중요하다. 흡연구역의 수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관객들의 불쾌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적절한 수의 흡연구역을 스테이지별로 배치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흡연구역이 부족하다면 소수 흡연자가 비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비흡연구역은 자연스레 흡연구역이 된다. 그렇다고 흡연구역을 너무 늘리면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흡연구역이 많다면 자연스럽게 퍼지는 연기의 특성상 비흡연구역에도 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Ultra Korea 2016은 아쉽게도 전자의 사례에 속한다.
Ultra Korea 2016에서 공식 흡연공간은 공연장 구석에 단 하나이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일대 전역에 단 한 곳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흡연자가 저 멀리 갈까? 심지어 흡연 구역에 대한 공지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흡연구역의 유무도 몰랐고, 비흡연자들의 항의에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몇몇 양심 없는 흡연자들은 댄스 플로어 안에서 피거나 특정 부스 근처(벤츠 부스)에 모여 흡연을 하였고, 이는 곧 비흡연자들의 불쾌감으로 이어졌다. Ultra Korea 2017년에는 흡연자뿐 아니라 비흡연자들을 위해서라도 흡연구역을 정확히 지정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대형 페스티벌로서 아쉬울 뿐이다.
2012년 시작된 Ultra Korea가 어느덧 6년 차를 맞고 있다. 그간 Ultra Korea를 통해 평소 내한하지 않았던 수많은 DJ들을 접할 수 있었기에 Ultra Korea라는 페스티벌은 더욱 뜻깊다. 2017년부터는 그간 정들었던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 Ultra Korea. 앞으로 아쉬운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하여 타이틀처럼 아시아 최대의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