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어디까지 가봤니?
4. 글로벌 스탠다드 (Global Standard)
국내기업에 근무하다 외국계 회사로 이직을 하니 국내기업과 다른 새로운 기업 문화를 경험했다.
첫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외 출장시 휴가를 연결해서 쓸수가 있다는 점이었고 가능하면 배우자도 같이 가라고 권장하였다. 만약 전 직장에서 해외 출장을 가는데 휴가를 붙여서 쓰면 지금 놀러 가는거냐? 회사일 하러 간것이 맞느냐? 말이 나왔을 것이고 와이프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인데 여기서는 달랐다. 실제로 회사 워크샵 출장의 경우 저녁 만찬때 멋있는 파티복을 입은 배우자를 소개받는 일이 자연스러웠고 심지어 외국 여성 직원들은 남자 친구라고 소개하기도 하였다 (파트너의 개념). 이는 부인이 (혹은 남편이) 남편의 직업을 이해하고 남편 회사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취지였다. 물론 출장 목적 이외의 비용은 회사 비용으로 청구할 수 없고 개인이 부담하는것이 원칙이었다. 한마디로 공사가 분명하면 되었다.
두번째로 달랐던 점은 업무지시를 부서장이 자기방으로 부르는 문화가 없었다.
전 직장에서는 민대리 부장님이 부르셔 혹은 인터폰으로 민대리 방으로 좀 오지~ 하면 부장님 방에가서 책상앞에 서서 상사의 지시를 받는게 익숙했는데 여기서는 부서장이 직접 내 책상에 와서 의자를 땡겨서 얘기하거나 책상 위에 걸터앉아 이렇게 저렇게 의논을 하고 지시를 내리곤 하였고 이런 문화가 자연스러웠다. 어쩌다 방으로 부를 때는 보안을 요하거나 다른 사람이 보면 안좋은 사안의 얘기를 할 경우로 한정되었다. 이는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었으므로 국내 기업에서 전직한 일부 높은 직책의 경우 기존에 해오던대로 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점점 이러한 문화에 동화되어갔다.
세번째는 직급에 관계없이 출장시 근거리는 이코노미 장거리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였다. 이는 명문화된 규정으로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일본, 중국은 이코노미석이고 대륙간 (Inter-continental) 이동은 비즈니스석이었는데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 호주 출장은 비즈니스석이었다. 이는 사장부터 신입 직원까지 동일되게 적용되었다. 또한 호텔은 회사 계약 호텔 (기본적으로 5성급)을 사용하고 계약 호텔이 없을 경우는 해당 지역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이용하게 하였다. 나의 경우 서울 본사 출장을 가면 본사 인근의 리츠칼튼호텔에 묵었었다. 이는 직원으로 하여금 회사에 자부심을 갖게 하며 (pride) 외부에서 우리 직원들을 볼때 부러워하며 바라보게 (admire) 하는 목적이었다.
네번째는 교육 관련 출장이나 워크샵이 많았다. 신입사원은 신입사원대로 대리는 대리급 과장급은 과장급대로 보통 글로벌 또는 아시아 퍼시픽 직원이 함께 모이는 직급별, 직종별 워크샵이 자주 있었다. 이는 회사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공유하며 회사 방침과 문화를 통일시키는 취지였다. 회사는 하나인데 기업 문화나 규정이 한국이 다르고 중국이 달라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나 기억나는 것은 워크샵에서 중국의 사례를 소개를 했는데 중국 공장의 매니저가 협력 업체의 사장을 여러 사람앞에서 고성으로 질책하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사과를 받게하여 그 사장이 눈물을 흘리게 한 사건이 공개되었고 결국 그 매니저는 이일로 인하여 사직을 하게 되었다는 사례였다. 사직 이유는 A사의 직원으로 품위를 잃고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으며 이런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교육이었다.
A사는 한때 대학생이 선호하는 직장 탑 5안에 드는 회사였다. 서울 본사에는 서울대생이 즐비했으며 내가 다니던 지방 공장에도 연고대 출신은 많이 있었다. 물론 직원의 출신 학벌로 그 회사를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지만 어느 정도 평가의 척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사의 한국 지사는 여러가지 이유로 최근 10년 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지금은 규모가 많이 줄었고 사업부도 여러개로 분할되어 타 회사로 매각이 되었다.
나는 2011년에 이직 하여서 이후 사정은 계속 다니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원인중의 하나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예전처럼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불합리와 규정 위반이 있었으나 회사에서 이를 덮어버리고 젠틀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이를 쉬쉬하고 계속 무마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프라이드는 사라지고 유능한 인재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