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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니민 Nov 27. 2024

외국계 회사 어디까지 가봤니?

5. A사 K팀장 이야기

첫 외국계 회사 A사의 근무 첫날 인사를 하러 현장을 돌고 있을때 한 현장직 직원이 인사를 하였다.

과장님 반갑습니다 ! 누구신지?  전직장 X에 같은 부서에 근무했던 K입니다.  아 그래요 반갑습니다. 그는 전직장 같은 부서에 근무하던 직원이었고 나보다 2-3년 먼저 직장을 옮긴 고졸 사원이었다. 전 직장 같은 부서엔 현장 직원이 100명이 넘었고 나는 모두를 기억을 할 수는 없었으나 어째든 같은 회사로 이직을 하게된 인연이었고 나이는 나보다 3살이 아래였다.


어느날 K가 미국산 생산설비에 대해 공부하는것이 보여 자세히 보았더니 영문 매뉴얼을 본인이 번역하여 설비 사용법을 익히는 중이었다. 보통 그런 경우 엔지니어가 번역을 하여주는데 그는 직접 번역하여 매뉴얼을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영어 번역은 어떻게 했냐고  하니 사전 찾아가면서 번역해 봤다고 하였다. K는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이었고 이는 회사 사람들이 다 인정하고 있었다. 가정 형편상 대학을 가지 못하였을 뿐 한번만 대화해 봐도 진지함과 영민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나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둬라. 그러면 내가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하였고 내말을 귀담아 들은 K는 당장 영어 학원에 등록하였고 심지어 다니던 교회를 영어로 설교하는 외국인 교회로 옮겨 다니기 시작하였다. K는 영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왔다. 회사에는 타운미팅이라고 본사의 외국인 높은 분이 회사를 방문하여 전직원 상대로 회사의 상황과 비전에 대해 연설을 하고 옆에서 공장장이 통역을 해주는 그런 미팅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마지막에는 Q&A 시간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미리 정해준 엔지니어나 담당이 질문 한두개 하고 미팅을 끝내는 자리였다.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K에게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질문을 하라고 오더를 주었다. 그리고 미팅 당일 .. 마지막으로 다른 질문있나요? 했을때 K는 손을 들어 영어로 질문을 했고 이는 A사 역사상 현장직 직원이 처음으로 타운미팅에서 영어 질문을 한 사례였다.

그말을 듣고 외국 임원은 Oh~ Good question !! 하고 대답을 해주었고 그 말은 들은 K는 그 대답에 대해 다시 한번 영어로 재질문을 하였다. 대히트였다. 평상시에도 K가 똑똑하고 성실한 사람이라 평판은 좋았지만 이제는 전직원 앞에서 얼굴을 알리고 인정을 받게된 사건이었다.   

   

회사생활에서 승진은 자기의 노력과 시간이 보상받는 방법이다. 직장인은 승진을 바라본다 하지만 승진도 운이 따라야한다. 자리가 없음 할 수가 없고 상관을 잘못 만나면 승진이 힘들어지고 경쟁자가 많아도 승진이 힘들다. 어느날 기술팀 대리급 엔지니어 자리가 공석이 되고 이미 평판이 검증된 K가 거론이 되었다.

나는 일 잘하고 나의 업무를 잘 보좌하는 K를 다른 부서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K의 미래를 위해 놔주기로 하였고 K는 기술부 자리로 발령을 준비할때 회사내의 큰 반발이 일어났다. 정작 엔지니어들은 K의  발령에 반발이 없었다. 그분 회사 경력도 되고 똑똑하고 일 잘하시는 분이니 자격이 된다고 수긍하였으나 결사 반대한 쪽은 같은 현장직인 K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들이었다.

내가 학교 10년 선배인데 .. K를 상사로 인정할수 없다 부터 많은 시기와 질투가 있었고 이는 K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었고 많은 마음 고생끝에 K는 엔지니어를 거쳐 4년후 기술팀 팀장(차장)으로 승진하여 대졸 엔지니어 세명을 부하 직원으로 두게 되었다. 이후 K는 다른 외국계 회사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 그곳에서 방통대를 졸업하여 학사학위를 받고 이후 MBA까지 취득했다.

K와 나는 A사 출신 모임으로 지금도 일년에 두번 이상씩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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