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C사로의 이직
B사에서의 직급은 부장이었고 업무 강도는 A사에 비해 현저히 낮았으며 급여도 만족스러웠지만 이제는 3번째 외국계 회사 C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 이유와 과정은 다음에 ..) 지금까지와 다른 점은 이번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게 된 상황이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하는 것과 회사를 나와서 이직을 준비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일단 마음이 급해지고 위축이 된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이러다가 취업을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사직 후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이직 때마다 첫 면접에 합격하고 일사천리로 이직이 됐던 상황에 나의 경력에 자만하였으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던 것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의 상황을 냉정히 바라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고액 연봉에 뽑아도 오래 안 다닐 거 같은 부담스러운 구직자일 뿐이었다. 나의 경력에 맞는 직책은 임원급 이상이었으나 그런 자리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눈을 낮춰야만 하였다. 그러던 중 유럽계 회사에서 지방의 한국 공장을 인수하고 리빌딩하는 과정에 사람을 뽑는데 외국계회사 A, B, C 근무 경험자를 우대한다는 특별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응시를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중 A, B사가 내가 근무했던 직장이었기 때문이다.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설마 A, B, C사에 근무했던 사람이 응시할 거라는 기대도 안 했지만 실제로 내가 지원을 하니 당연히 뽑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면접도 공장장이 회사가 아니라 회사 근처 호텔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회사에서 보게 되면 실망해서 회사 안 나올까 봐 그랬다고 한다.. 어쨌든 나는 더 이상 놀 수가 없어 조건을 낮춰 취업을 했고 첫날 직장에 출근하면서 열악한 공장 상황과 분위기를 보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취업 전 회사에 안전사고가 나서 마침 서울 독산동 노보텔 호텔에서 안전 강화 글로벌 컨퍼런스가 열리게 되어 취업하자마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글로벌 회사니 각국에서 사람들이 왔고 회의 후 나는 당연히 노보텔 호텔서 숙박을 할 거라 예상했는데 외국인들은 호텔로 올라가고 한국인들은 호텔 앞 모텔로 향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나의 첫 번째 외국계 회사 A사에서는 무조건 그 지역의 최고급 호텔에 묵었는데.. 너무도 비교가 되는 상황이었고 이제는 무조건 이직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히 드는 사건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정년이 얼마 안 남은 한국의 임원이 한국 사람들은 모텔에도 자도 된다고 싱가폴 아시아 본사에 얘기했고 거기서는 그렇다면 그렇게 하라고 승인한 사항이었다. 한국의 임원이 그렇게 한 이유는 얼마 남지 않은 정년 후 1-2년이라도 촉탁으로 더 근무하고 싶어 나는 이렇게 비용을 절약한다라는 과도한 충성심을 보여주고 싶어서였거나 아님 한국의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가 갑자기 회사가 외국계로 바뀌면서 급여와 직급이 상승이 되어 정말 회사에 고맙고 잘하고 싶어서 쓸데없는 오버를 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저열한 행동에는 여러 사람이 회사에 정이 떨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결론은 사람이다.
유럽계 C사는 짧은 기간 근무한 외국계 회사지만 나에게 많은 임팩트를 준 회사이며 전쟁 중에도 꽃이 피듯 이곳에서 소중한 사람과 후배들을 만나게 된 회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