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집의 오페어가 되다.
[2025.04.15 화]
오페어로서 처음으로 아이들을 마주한 첫 번째 날.
일어나서 메인 하우스로 가자마자 둘째 공주가 나를 향해 안겼다.
우리의 첫 만남ღ
나는 내가 온 주가 호주의 공휴일인지도 모른 채 호주에 오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아이들이 집에 있었던 것이었다. 호주 사람들은 다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잔다고 알고 있어서 매우 피곤했지만 7시에 일어났다. 장시간의 비행과 경유까지 하고 나니 아무리 비행기에서 하루 종일 잤어도 몸이 피곤한 건 당연했다. (그리고 나는 본투비 종이인형)
많은 대화도 하지 않고 결정하게 된 호스트 패밀리의 집은 상상과는 정말 달랐다. 나쁜 뜻은 아니고 정말 신기했다. 아침에 메인 하우스에서 두 명의 여성과 마주쳤는데 한 분은 아이들의 할머니였고 한분은 집에서 일하는 워커 소피였다. 나는 그들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인사를 하게 되었다. 누구세요 물어보기도 웃긴 게 그 사람들이 내가 더 낯설 것이다. 아무튼 그들과 짧은 대화를 하고 아이들에게 가보았다. 아이들은 다행히 나를 좋아해 줬다.
호주에서 첫 아침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도 피넛버터를 바른 토스트를 먹었던 것 같다. 그러고 아이들과 조금 놀고 아이들이 승마체험을 하러 가서 나는 그저 다른 사람들의 주변만 맴돌았다. 아무도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않아서 나는 내가 대체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 소피한테 나는 무엇을 해야 되냐고 물으니 그냥 쉬라고 했다. 너무나 한국인인 나는 쉬는 것이 적응이 안 되었다.
나른한 오후, 그저 소피 주변만 맴돌고 있는 중에 호스트 대디와 마트에 갔다. 호스트 대디는 먹고 싶은 것들을 고르라고 하면서 나를 편하게 해 줬다. 처음으로 가본 호주 Coles 마트는 매우 컸다. 나에겐 모든 것이 새로워서 장 보는데 즐거웠다. 장을 다 본 후에는 처음으로 집 음식 창고에 들어갔는데 무슨 마트에 온 줄 알았다. 나는 그렇게 많은 음식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호스트 대디를 말렸을 것이다. 하하. 물론 그들의 집이고 삶이지만 좀 신기할 정도로 뭐가 많았다.
마트에서 산 것들을 집에 돌아와서 정리하고 내 유심을 사러 갔다. 어제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바람에 밀린 카톡을 답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들 도착하고 내가 연락이 안 되니까 걱정을 했다. 유심도 사고 은행에 가서 계좌를 열었다. 이것들을 도와준 호스트 대디에게 너무 고마웠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소피는 가고 이제는 내가 일을 할 차롄가 하면서 또 그저 주위를 맴돌았는데 저녁에는 또 다른 워커 에스더가 왔다. 나는 점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가 문제인 것 같아서 에스더에게 나 정말 뭐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푸념을 했더니 천천히 알게 될 거라고, 괜찮다고 했다. 사실 나는 이 집에 워커가 있는지도 몰랐고 몇 명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때부터 뭔가 점점 더 내가 생각했던 생활과는 다르게 흘러간다고 느꼈다.
여기서 매우 웃긴 점, 한국에서 화상 면접을 보고 그 후에 내가 그 집에 가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했는데 그들이 내 이름을 다른 사람과 헷갈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이름만 헷갈린 건 줄 알았는데 사람을 헷갈린 거였다. 그들은 내가 그 헷갈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리고 이 집의 모든 워커가 내가 그 사람인 줄 알았던 것이다. 모두가 나를 그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다시 설명하느라 조금 난감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할까 봐 너무너무 걱정했다. 그래도 걱정과는 다르게 모두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페어로서의 첫 하루가 어찌저찌 끝나갔다. 저녁에 셋째 공주에게 시계 보는 법을 가르쳐주고 문제를 내주었다. 한국나이로 7세인데 수학을 잘한다. 엄청난 장난꾸러긴데 수학 쪽으로는 굉장히 똑똑한 것 같다.
씻고 누워서 든 생각들 ㅡ
남의 집에서 사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남의 집 살림을 돕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항상 최선을 다하기.
몸이 고되진 않았지만 적응하느라 바빴던 하루가 그렇게 끝났다.
#워킹홀리데이
#오페어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