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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린 Jun 16. 2020

싱가포르는 지금 정리해고 중

코로나, 무섭긴 무섭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지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싱가포르에 머물던 지인 두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 명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친했던 일본인 친구 하루나, 또 한 명은 어학원에서 알게 된 한국인 한 명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하루나는 지난해 4월쯤 싱가포르에 와 어학원에서 공부하던 20대 후반의 학생이었다. 게이오 대학을 졸업해 일본에선 카드 회사를 3년 정도 다니다가 영어를 더 배워 글로벌 기업에 취업할 생각으로 싱가포르에 온 친구다. 다른 어학원 친구들이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밥마다 펍을 가고 맛집을 가는 동안, 이 친구는 이곳저곳 면접을 보고 전화를 받느라 수업도 종종 빠지곤 했던 부지런한 타입이었다. 역시나 하루나는 원하던 회사의 비서직으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좋은 소식을 내게 전했고 그렇게 싱가포르에 정착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이에 위기를 겪고 있던 몇몇 회사에선 직원을 정리해고 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말, 하루나가 붙은 회사에서도 현재 불안정한 회사 상황 때문에 취업 비자 승인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했다. 싱가포르에 있던 많은 짐들을 다 가져가지도 못하고 지인의 집에 맡겨둔 채 하루나는 오사카로 다시 돌아갔다. 다행히 며칠 전 영상통화에서 그는 오사카에 있는 새로운 회사에 취직해 일을 시작하게 됐단 좋은 소식을 전했다. 그의 부모님은 같은 일본에서 딸과 지내게 돼 좋아하신다고 했지만, 영어 실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내게 말했다.


싱가포르 취업에 성공한 한국인 지인은 며칠 전 SNS에 '싱가포르에서 먹는 마지막 식사.'라며 배달음식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건너 듣기로 그 친구는 싱가포르 항공사에 취직해 비행기 정비일을 한다고 했었다. 그가 취직 후 집 계약은 물론 여자 친구도 만들었길래 정말 싱가포르에 정착하는구나 싶었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가장 먼저 정리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어 그의 SNS에는 동료들과 찍은 사진과 마지막 근무표, 비행기 사진 등이 업로드됐고 그는 곧 한국으로 돌아갔다.


오늘, 남편의 회사에서도 한국인 두 명이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꽤 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5%(300여 명)를 해고하기로 결정했다며, 회사 CEO가 영상을 통해 전 직원에게 공지를 알렸다. 현재 해당 회사는 전 직원이 재택근무 중이라 내 예상으론 프런트나 보안 요원, 마케팅 부서 정도에만 타격이 갈 줄 알았는데 프로그램 개발자 같은 주요 시스템 담당 쪽도 꽤 영향이 간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두 달이 넘도록 싱가포르는 락다운(lockdown; 활동 제재)이 계속되고 있어 식당을 제외한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택시를 타지 않으며, 마트조차 잘 안 나가기 때문에 웬만한 기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로 기업의 규모나 직무에 상관없이 '언제든' 업무에서 잘릴 수 있는 게 해외취업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외국에선 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으면 점심에 나가야 한단 말이 있다. 채용 시 정규직이 다수인 한국과는 달리 싱가포르에선 절반 이상이 계약직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업무 평가가 안 좋거나 발전이 없으면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해고를 당하면 단순히 직장인에서 취준생으로 바뀌는 게 아니라, 취업비자를 내놓고 집 계약을 마무리하고 이 나라를 빠른 시일 내에 떠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실력이 뛰어나게 출중하거나 잘릴 가능성이 희박한 주요 직무를 맡고 있다면 다소 안정적이겠지만 앞으로 제2의 코로나 사태가 또 생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닌가.


현재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도 한참 전인, 이제 막 대학 편입을 앞둔 나는 싱가포르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분명한 건, 한국인이 지금 싱가포르에서 일을 찾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것, 그리고 취업을 하더라도 언제든 이직이나 다른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도록 유동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단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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