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의 시끄러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들과 상반되게, 우리들의 생활은 평온하고 즐거웠으며, 생기 발랄했다. 이 곳에서는 시간의 흐름도 잊고 지내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세상과 동떨어져 살아가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알게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의 남편이 1년에 6개월 여름 시즌에 일을 하듯, 다른 가족들도 여름 페스티벌이나 여름 시즌의 단기간 일을 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 가족들과 함께 모든 시간들을 공유하고 지내기에, 올해처럼 모든 게 정지되는 상황 속에서는 일자리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실정이었다. 또한, 캠핑 족, 여행 족인 우리 커뮤니티 가족들로써는,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한 곳에 정착하기도 처음인 가족들도 있었다. 어느 정도 커뮤니티 각각의 가정들의 생활이 안정을 찾고 정착하게 되자, 가까운 바닷가로의 피크닉을 구상해 보았다. 15분 정도 거리의 가까운 시내도 필수품을 사기 위해서 가는 것 이외에는 바깥으로의 동선을 자제하던 우리였기에, 처음으로 25분 정도 거리의 바닷가로의 나들이는 약간의 긴장감과 흥분이 동시에 감돌았었다. 우리 커뮤니티 가족들의 첫 바다 나들이는 바깥세상의 속 시끄럽고 갑갑한 현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는 멋진 날이었다. 이로써, 우리는 변신 로봇 자동차 트랜스 포머처럼 여러 가지 용도로 변신시켜 애용하는 우리의 트랜스 포머 그린 밴에 다시 한번 몸을 실었다.
여기서 잠깐 우리의 트랜스 포머 그린 벤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몇 년 전 우리는 거의 15년이 된 중고 그린 벤을 스페인에서 구입했었다. 우리가 이 벤을 사면서 우리의 삶의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6개월 이상 지내던 곳은 유럽에서도 가장 남부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남부 바닷가라 캠핑카로 사용하기에 딱 이었다. 밤에 미리 트랜스 포머 그린 벤의 의자들을 90도로 뒤로 젖혀 침대처럼 준비해 놓고, 곤히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달려가곤 했다. 그렇게 캄캄한 밤에 도착하면 전봇대도 없는, 불빛 하나도 비치지 않는 하늘에는 비처럼 별들이 쏟아져 내리곤 한다. 이를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과 함께 말없이 바라본다. 이런 압도적인 광경에선 어떤 말도 불필요하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살짝 재끼면 창문 너머로는 숨 막히게 압도하는 바다의 절경이 한눈에 보이고, 이는 어떤 특급 호텔도 부럽지 않다. 이렇게 고요하고 평온한 아침 햇살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아침 인사와 함께 서로를 부둥켜안고 뽀뽀 세례를 날린 후,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트랜스 포머 그린 벤에서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나의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이들, 한 발자국만 나가도 숨 막히는 바다 절경이 보인다. Odecexie, Portugal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면, 우리 트랜스 포머 그린 벤은 캠핑카처럼 작은 테이블을 뱉어 내어 누구도 부러울 것 없는 이탈리안 요리사 아빠가 준비해주는 환상적인 요리들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도 변신한다. 가끔 우리가 잠을 자기 위해 자리 잡는 곳 중 한 곳에는 숯불을 피울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그날 시장에서 사 온 생선이나 새우를 구워서 먹기도 한다. 이렇게 캠핑을 할 때면 점심이나 저녁 한 끼는 레스토랑에서 먹고, 다른 한 끼는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이 마법을 부리는 시간이 온다.(실은, 남편이 세끼 다 하는 게 귀찮을까 봐 그렇지, 보통 레스토랑에서보다 남편 밥이 훨씬 더 맛있다.) 배불리 먹고 나면 모든 피곤이 몰려오고 하늘에 가득 찬 별들을 함께 바라보고, 함께 책을 읽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트란스 포머 그린 밴의 테이블 위에서 오렌지 주스를 짜고 있는 이탈리안 요리사 아빠
불빛이 모자라 머리에 형광등을 달고 그날 시장에서 사 온 생선을 숯불에 굽고 있는 나의 이탈리안 요리사 남편 네 가족 모두가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우리 트랜스 포머 그린 벤 레스토랑
아침부터 하루 종일 뛰어놀고도 아직도 모자란 지, 나의 첫째 아들은 우리가 읽어주는 책 량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침대에 가서도 형광등으로 비춰가며 책을 실컷 보고서야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
가끔 자동차로 장시간 이동할 때나, 자동차 안에서 기다려야 할 일이 생길 때에도 우리의 트랜스 포머 그린 벤은 여러 책들을 항상 비치해 두어 움직이는 도서관으로도 변신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깊은 밤에 혼자서 책 보고 앉아있는 첫째 아들 율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이적인 파도 높이 35M까지 올라와서 유명세를 얻은 Nazare에 가는 중, Nazare, Portugal
장거리 여행을 할 때면 음악을 틀고 여느 콘서트장에서처럼 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고 아이들과 함께 몸을 신나게 흔들기도 한다. 각자가 원하는 음악이 달라 가끔 트랜스 포머 그린 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나 전쟁터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또한, 음악만으로 버티기 힘들 정도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디오 북 이야기를 틀어 모두가 함께 이야기를 들으며 간다.
둘째 딸 가이아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중 첫째 아들 율은 소리를 지르며 이 노래 듣기를 거부하는 중이다. Lisbon, Portugal
게다가 여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돌아가며 살아갔기에, 짐 봇다리를 옮겨주는 짐차 역할도 톡톡히 해주었다.
어쨌든 20년이 다 넘은 우리의 트랜스 포머 그린 벤의 자유 변신 덕분에 우리 가족의 삶은 다채롭고 다양한 맛이 나는 와인처럼 깊은 맛과 향이 더해지고 있다. 할 말을 잃을 만치 멋진 광경들을 함께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 맛난 음식을 맛볼 때 내 옆에 있었으면 좋을 사람들. 감미로운 음악이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갈 때 나처럼 같은 감성으로 느꼈으면 좋을 사람들. 귀가 터질 듯이 울거나 아수라장을 만들어서 삶을 범벅으로 만들어놓아도 내 품에서 평온하게 천사처럼 잠이 드는 사람들. 길고 긴 지루한 삶의 여정 속에서도 오아시스처럼 나의 마른 목을 축여주는 사람들. 이것이 가족이 아닐까? 이런 내 가족과 오늘도 우리는 트랜스 포머 그린 벤에 몸을 싣는다.
오랜만에 커뮤니티 모든 가족들과 함께한 바닷가 피크닉, Praia do Furnas, Portug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