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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rinsk Mar 18. 2019

[OsE] 친구의 역설

연결망 위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효과 

출처: https://www.amazon.com/gp/product/1101871431


"왜 내 친구는 나보다 친구가 많은 것 같을까?"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하다. 1991년 사회학자 스캇 펠드(Scott Feld)가 이러한 궁금증을 '친구의 역설'이라는 내용으로 풀었다. 내 친구와 나와 비슷한 정도의 친구를 갖고 있다면 내 친구가 나보다 친구가 많이 '보이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역설이다. 



거두절미하고 친구의 역설을 사례로 살펴보자. 위 네트워크 그림을 보자. 그림에서 왼쪽의 숫자는 해당 플레이어(노드)의 친구 숫자이고 오른쪽의 숫자는 친구의 친구의 평균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보듯이, 친구가 많은 일부 노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노드에서 내 친구의 숫자가 친구의 친구의 (평균) 숫자보다 작다. 


이것이 이른바 '친구의 역설'이다. 친구의 역설은 사실 '역설'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평균의 함정이라고나 할까? 선술집에 빌 게이츠 한 명이 들어서면 그 술집 안의 평균 소득이 껑충 뛸 것이고, 빌 게이츠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술집의 평균보다 훨씬 가난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익숙한 우화의 살짝 다른 이야기다 (평균의 역설?). 


그렇다면 친구의 역설에 흥미로운 대목은 무엇일까? 우선 친구의 역설은 네트워크, 즉 연결망 위에서 발생한다. 연결망이 중요한 이유는 연결을 통해서 플레이어(노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친구의 역설을 '유행'의 확산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내 친구들이 대체로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느끼게 되면 이 사람 역시 이를 따르게 될 것이다. 매슈 잭슨은 이런 연결망의 논리를 유행의 확산과 연결시킨다. 


위 그림에서 검게 채워진 원과 체크무늬의 원이 있다. 채워진 원은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체크무늬 원은 페이스북 이용자를 의미한다고 가정하자. 12명에서 페이스북 이용자가 9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여기에 친구의 역설을 적용해보자. 해당 노드가 친구들과 자신의 SNS를 비교한 후 친구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로 옮기려는 유인이 있다고 가정하자. 사실 유행의 속성을 생각해보면 그리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과정을 하루씩 겪는다고 가정하면, (a)에서 (d)에 이르는 과정이 발생한다. (그리 어렵지 않으니 찬찬히 따져보시라) 최초에 해당 연결망에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보다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연결망 위에서의 동학을 통해서 인스타그램이 연결망을 장악하게 된다. 이렇듯 연결망 위에서 친구의 역설이 함께 작용하면,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가 발생한다. 연결망(네트워크) 위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다니? 네트워크 효과란 어떤 재화, 서비스 혹은 취향을 채택하는 단위가 많을수록 그 가치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서 이를 채택하는 단위의 숫자가 더욱 커지는 일종의 양의 외부성(positive externality)을 의미한다. 


보다 찬찬히 살펴보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 위한 조건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연결망에서 많은 이웃을 가진 플레이어들, 요즘 말로 인싸들의 취향이 동일해야 한다. 둘째 이 동일한 취향을 지닌 인싸들이 서로 상당한 수준 이상으로 친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성립할 때, 인싸가 아닌 아싸들조차 인싸의 취향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따르고자 애쓴다. 좀 더 학술적으로 말하면, 네트워크에서 많은 연결을 지닌 플레이어들의 특성이 지나치게 크게 대표된다. 


지금까지 간단히 살펴본 친구의 역설은 이른바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의 보다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즉,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무리에서 경험한 것들을 일반화하기 쉽다. 위의 예에서 보듯이 내 연결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과대평가한다. 이를 일반적으로 인지된 규범(perceived norm)이라고 하는데, 사실 네트워크가 균질하지 않고(모든 이는 모든 이의 친구!) 뭉쳐 있는 상황에서 인지된 규범과 인구 전체의 상태는 꽤 다를 수 있다. 


한마디로 인싸들의 대세, 같은 건 쉽게 과장되더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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