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2
견디기 힘든 가장 무거운 것은 자아다.
자아가 무거운 이유는
지금 나의 모습 때문이 아니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때문이다.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가벼움은 예술이다. 평소 우리는 수천 가지의 무게에 눌려 있다. 과거, 잃어버린 행복, 실연, 현재 이뤄야 할 것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아라는 무게에 눌려 있다.
지금의 내가 아니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 때문에 자아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정작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자아의 여러 이미지와 함께 살고 있다.
어젯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수많은 작가들을 만났다.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 수많은 구독자를 거느린 작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타고난 문장력을 지닌 작가까지. 평소 내가 부러워하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작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오디션 같은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그를 만났다.
그 작가는 생각보다 평범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이렇게까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는 줄 몰랐어요. 미안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가 내민 손을 잡자마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꿈에서 깬 후, 나는 한동안 멍하니 누워 있었다.
‘나는 평소 나를 어떻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걸까?’
부러운 작가들을 만나는 꿈을 꾸며, 경쟁을 뚫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도 모자라 눈물까지 흘리다니. 얼마나 그들을 동경하고, 얼마나 ‘그렇게 되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 그런 꿈을 꾼 걸까.
솔직히 말하면, 꿈에서 깨고 나서 한숨이 났다.
나는 내 모습에 그렇게까지 자신이 없는 걸까?
아니면 여전히 ‘되고 싶은 나’ 때문에 스스로를 짓누르고 있는 걸까?
나는 여러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의 일원으로, 회사의 직원으로, 친구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꿈을 좇는 작가지망생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작가가 되고 싶은 나’다.
매일 즐겁게 글을 쓰지만, 문득 두려워진다. 이렇게 쓰는 나 자신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끝날까 봐.
나는 안다.
이 꿈이 무거웠던 이유는 지금의 나 때문이 아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때문이었다.
그 꿈은 내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신호가 아니었을까?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잠시 돌아와.”
견디기 힘든 가장 무거운 것은 자아다.
자아가 무거운 이유는
지금 나의 모습 때문이 아니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때문이다.
내가 진짜 두려운 것은
짓눌린 자아가 되고 싶은 나의 그림자에 눌려 지금의 나마저 잃어버릴까 봐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추려 한다.
되고 싶은 나를 잊고, 지금의 나를 믿어보려 한다. 단단해지려 한다.
어차피 나는 미래를 사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일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믿어주려 한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목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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