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언 허스트, 논란의 문제아가 나를 사로잡는 이유

죽음과 삶, 추함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피어나는 예술

by 안초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지금 열리고 있는 <데이미언 허스트(이하 데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전시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그의 작품을 무척이나 보고 싶어 졌습니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1991 (상어는 2006년에 부패로 교체됨.)



데미언 허스트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책으로만 접해온, 어딘가 막연히 동경해 온 작가였습니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과장된 것처럼 보였고 동시에 지나치게 정직했습니다.

삶과 죽음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를 이해하는 듯, 하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감각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어떤 이야기를 듣고만 있다가 그것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운명적인 만남처럼 혹은 죽기 전 결국 마주할 수 있다는 감격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밀려오는,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 같은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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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

상어, 소 머리, 다이아몬드 해골, 알약 캐비닛, 스팟 페인팅까지.

현대미술계의 '악동'이자 '문제아'로 불리는 데미언 허스트의 세계가 서울 한복판에 펼쳐져 있습니다.



IMG_2900.jpg 서울박스 - <신화>


개인적으로 한 번 방문으로 끝내기는 아쉬울 전시라서 몇 번 더 보러 방문은 하겠지만 전시장 안의 풍경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대형 작품들은 분명 강한 존재감을 뿜어내지만 그 사이의 공간은 다소 비어 있는 듯한,

호흡이 끊기는 듯한 구간들이 존재했습니다.

또한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경계가 거의 없었는데 손을 뻗어 작품을 만지는 관람객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띄게 됩니다.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그 순간을 자신의 기록으로 남기려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며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옵니다.

나는 작품 앞에 서 있을 때마다 그 작품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이 아니라 이미지로만 스치듯 소비하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 빠른 흐름 속에서 오히려 작품과 마주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나를 사로잡는 데미언 허스트는 늘 논란의 중심에 섭니다.

1990년대 영국 YBA(Young British Artists) 운동의 선두주자였던 데미언 허스트는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담가 전시하게 됩니다.

대표작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은 4m가 넘는 호랑이상어를 유리관에 가둔 작품입니다.

사람들은 "이게 예술이냐, 충격을 위한 잔인한 장난이냐"라고 했고, 동물 보호 단체는 "학대"라고 비난했고 미술계 일부는 "상업적 쇼맨십"이라며 코웃음 치게 됩니다.



IMG_2957.JPG <천 년>, 1990


<천 년(1990)>처럼 파리가 소 머리 위에서 알을 낳고 번식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도 마찬가지.

"추하고 역겹다", "예술이라기보단 사업가의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게 됩니다.



IMG_2919.JPG <스팟 페인팅>


더 나아가 그는 작품 대부분을 조수들에게 맡깁니다.

스팟 페인팅 시리즈는 색 점 하나하나를 기계처럼 반복적으로 찍어내고, 나비 작품은 살아있는 나비를 풀어놓았다가 죽은 뒤 캔버스에 붙입니다.



IMG_3041.JPG <신의 사랑을 위하여>, 2007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는 백금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넣은 작품으로, 제작비만 약 360억 원 즈음으로 제작비부터 이미 현대미술 작품 중 역대 최고가를 찍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예술이 아니라 돈벌이", "진짜 예술가는 손으로 직접 만든다"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최근에는 과거 작품을 뒤늦게 제작해 날짜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한물간 작가의 상업적 연장선"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나도 그 비판에 공감합니다.

예술은 '예쁘고 편안한 것'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의 작품을 마주할수록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나를 깨우게 됩니다.

데미언 허스트는 죽음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대로 드러내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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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는 죽었지만 육체적 존재감은 살아있는 우리를 압도합니다.

소 머리 위에서 태어나고 죽어가는 파리 떼는 우리 삶의 무상함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약장 작품들은 현대인이 죽음을 '약'으로 미루려는 태도를 비웃듯, 알약 하나하나를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나는 예술을 사랑하고 배움을 갈망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 끌리게 됩니다.

책을 읽듯 그의 설치작은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갑니다.

아름다움과 추함, 신성함과 속됨, 과학과 종교가 뒤섞인 그곳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데미언 허스트는 그런 어둠을 포장하지 않고 오히려 미학으로서 끌어올립니다.

그의 작품은 불편하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습니다.

논란 자체가 그의 예술적 전략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라는 이번 국내 개인 전시 제목처럼 그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물론 상업적 성공이 예술적 순수성을 갉아먹었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아'로서의 면모까지 사랑합니다.

데미언 허스트는 현대 자본주의와 죽음의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우리를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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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초 전시를 통해 그 불편함 속에서 오히려 자신만의 자유로움을, 혹은 오래된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IMG_3081.JPG 서울박스 - <신화>


데미언 허스트의 세계는 우리에게 편안한 위로를 주지 않습니다.

대신,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의 날카로운 경계를 그대로 드러내머 질문을 던지기에 이르죠.

그 질문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입니다.


논란의 문제아가 남긴 불편한 아름다움은 결국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불완전한 삶을 더 깊이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 서울의 봄바람이 불어오는 거리를 걸으며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예술이란 결국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또 다른 형태의 용기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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