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AI가 들어오면서, 중간관리자는 더 바빠졌다

자동화 시대, 팀장이 가장 힘들어지는 이유

by 김현규 Sean
이 매거진은 해외법인과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겪은 사례를 바탕으로, 기술보다 ‘일하는 구조’ 관점에서 AI 활용을 정리합니다.


AI가 도입되면 가장 먼저 줄어들 것처럼 보였던 역할은,

중간관리자의 업무였습니다.

보고서 작성, 일정 관리, 자료 취합 같은 실무가 자동화되면

팀장이나 매니저의 부담도 함께 줄어들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는,

중간관리자들이 오히려 더 바빠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는 줄었는데, 조율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실무는 자동화됐지만, 판단 요청은 더 자주 올라온다


AI로 정리와 초안이 빨라지면,

팀원들은 더 빨리 다음 단계를 묻기 시작합니다.


“이거 바로 진행해도 되나요?”

“이 방향으로 가도 문제없을까요?”

“본사에 먼저 보고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자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려

자연스럽게 판단 간격이 벌어졌다면,

지금은 준비 속도가 빨라진 만큼

결정 요청이 더 자주, 더 많이 몰리게 됩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의 하루는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시간이 아니라,

결정 사이사이를 조율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자동화가 늘수록, 설명해야 할 일도 함께 늘어난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두고,

위쪽에는 이렇게 설명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나왔는지”,

“어디까지가 자동 처리였는지”,

“리스크는 무엇인지”.


아래쪽에는 이렇게 설명해야 합니다.


“왜 이 부분은 자동화하면 안 되는지”,

“왜 추가 확인이 필요한지”,

“왜 다시 수정해야 하는지”.


결국 중간관리자는

AI와 사람이 만든 결과를 양쪽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업무가 줄어들기보다, 설명과 중재 역할이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해외법인에서는 이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해외법인에서는 본사와 현장 사이의 기준 차이가 더 큽니다.

본사는 규정과 프로세스를 중시하고,

현장은 상황 대응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로 업무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 간극은 더 자주 드러납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 구조 문제를 계속 중재하게 됩니다.


결국 자동화가 조직의 긴장을 줄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바뀌고 있다


AI 이전의 중간관리자는

업무를 관리하고 결과를 취합하는 역할이 컸다면,

지금의 중간관리자는 흐름을 설계하고 리스크를 조정하는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을 자동화할지,

어디에서 사람이 개입해야 할지,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정리하는 역할입니다.


즉, 관리자가 아니라 운영 설계자에 가까운 역할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많은 조직은 여전히 중간관리자를 ‘실무 관리자’로만 본다


문제는 역할이 바뀌고 있는데,

평가 기준과 기대치는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보고서 완성도,

업무 처리 속도,

현장 통제력 위주로만 평가하면,

중간관리자는 구조 설계보다 당장의 처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AI를 조직적으로 활용하는 방향보다

개인적으로 버티는 방향으로 역할이 고정됩니다.


AI 시대에 중간관리자는 더 중요해진다, 단 역할이 달라질 뿐이다


AI가 많아질수록,

사람과 시스템 사이의 경계를 설계하는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대부분

중간관리자가 맡게 됩니다.


그래서 자동화 시대에 중간관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중간관리자의 판단 부담과 책임 범위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중간관리자가 무너지면,

AI 도입도 함께 멈추게 됩니다.

AI가 조직에 들어온 뒤,

가장 먼저 재설계되어야 할 역할은

실무자도, 최고 의사결정자도 아니라

중간관리자일지도 모릅니다.


그 역할을 그대로 둔 채 자동화만 늘리면,

조직은 더 빨리 움직일 수는 있어도

더 안정적으로 움직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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