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50세 아닌데요?
오랫동안 글을 못 쓴 이유.
너무 많이, 꽤 아팠다.
일단,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정확히 어디라고 꼬집을 수 없이 그냥 다 아팠다. 특히 왼팔은 의자 아래 떨어진 물건을 집으려다가 감전된 듯 찌릿한 통증 때문에 옷을 입는 것도, 가방을 드는 것도, 무심코 버스 하차벨을 누르는 것도 힘들 거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솔직히 이런 증상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진 않았다. 얼마 전까지 자궁 적출해도 별 문제없다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더니 아주 꼴좋네라는 비아냥을 들을만한 일이 아닌가 하는 다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집에서 핫팩으로 찜질도 하고 스트레칭도 해보며 내 나름대로 해결해보려 했지만 이건 민간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했다.
결국, 백기투항. ㅜㅜ
무거운 발걸음과 마음으로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새삼 놀란 건 우리나라에는 참 아픈 사람이 많다는 것. 의사 얼굴을 보기까지 정확히 53분이 걸렸다. 내 증상을 묻고 왼팔과 오른팔을 위로 올려보더니 왼팔이 90도도 안 올라가는 건 큰 문제라나? 일단 뼈 사진부터 찍어보자고 했다. X-Ray를 찍고 나서 한참을 기다리고 이름을 불러 들어가니
뼈에 아무 이상 없는데요. 이상하네. 이건 뭐야.
의사 선생님이 모르시면 난 어쩌라는 건가요? ^^; 아무래도 염증일 수 있으니 초음파를 찍자고 하셨다. 오십견일 수 있다고.
오십견이요? 제가요?
왜 갑자기! 내가 왜 오십견? 내가? 왜? 설마 나 갱년기야?
50대에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오십견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정확한 진단명은 '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어깨 관절을 감싸고 있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오십견이라는 이름 때문에 노화의 결과물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유착성 관절낭염은 비교적 젊은 30~40대에서도 종종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한다. (아, 뭔가 이렇게 하니 내 변명 같군.)
여하튼 내 증상의 결론은?
석회화된 부분 없음, 힘줄 파열 없음, 당뇨도 아님.
그렇다면 통증의 이유는? 잘못된 수면 자세로 판명이 났다. 오십견이라기보다는 내가 따땃하게 보일러 튼 맨바닥에 옆으로 누워 자다 보니 무거운 몸뚱이의 무게를 못 견딘 내 어깨가 아팠던 것! 내가 무거웠던 것인가? 겨우 43kg도 못 견딘 거니? 내 어깨야! ㅋㅋ
노화로 인해, 아니 혹시나 자궁적출로 인해 나타난 오십견인가 했던 내 걱정은 다행히 괜한 노파심이었다. 그러나 비쩍 마른 몸에 유연하지 못한 내 몸이 통증을 더 악화시킨 것은 분명하다. 이제 다시 운동을 가멸차게 시작해야 될 명확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만 40세(생일 안 지나 아직 만으로 40입니다!), 오십견이라 우울했던 나는 다시 열심히 살아보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