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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성훈 Aug 25. 2022

문호리의 시선

엄밀히 말해 행정구역은 가평이지만 문호리 맛집이 즐비한 도로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다 보면 카페와 레스토랑, 펜션이 어우러진, 얼핏 보면 눈치채지 못하는 리조트가 있다. 서종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왼쪽으로 가면 문호리지만 오른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이곳이 나온다.


길가에 떡하니 자리 잡은 3층짜리 카페와 그 아래 멀찍이 펼쳐진 북한강. 그것만으로도 일상의 피로를 덜어주기에 충분하지만 야외수영장이 덤으로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의 힘이 놀랍다는 것을 현장에 가서야 다시금 깨달았지만, 그래도 수상레저를 즐기는 사람들과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온수풀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물놀이에 마냥 행복하기만 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입장료는 딱히 행복하지 않다)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겨우 이 정도의 호사를 누리는가 싶기도 하고, 이런 게 진짜 살아가는 맛이라면 달콤한 꿀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나 씁쓸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지금, 현재를 즐기기로 한다.

 

그러다 문득 카페에 시선이 간다. 그곳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를 즐기 수상스키를 즐기는 이들과 따가운 볕에 수영하는 나를 바라보고 있겠지. 그들이 즐기는 풍광은 여기보다 더 좋으리라. 하지만 물 위를 부유하는 힐링에 견줄만할까.


너무 형편없는 그림이지만 대충 이러한 풍광이다. 카페 앞에 수영장이 있고 그 밑에 강이 흐른다


그렇다면 저 밑 빠른 속도와 물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달리는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도 그렇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스키어의 기쁨은 어떠할까? 강한 물살의 반동이 쾌감을 증대시킬까? 그는 나보다 더 행복할까? 무엇을 한다는 것- 행동-과 바라보는 것-관망- 사이에 감정의 크기는 달라질까?


생각해본다. 강에 다가갈수록 삶은 - 굳이 삶에 빗댄다면 - 강렬해지고, 멀어질수록 감상적이 되는 것일까? 강한 물살을 즐기는 삶, 저 위에 앉아 한잔의 음료와 분위기에 취한 삶, 두 가지 모두 알면서도 또다시 경험하고 싶다.


무엇이 좋고 나쁨은 없다. 선택의 문제일 뿐.



수영장 한편에 세워진 보드를 보며 누군가는 바다를 꿈꿀 것이고, 또 누군가는 멋진 포스팅을 바랄 것이다. 그건 사람 저마다 성향 따르기도 하고, 수시로 변하는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저 무엇을 추구하느냐 혹은 지금 무엇을 바라는 가의 문제일 뿐.


순간삶을 바라보는 관점, 당장 무엇을 경험하고 즐길 것인가 하는 가치의 투영이다.


사물 자체엔 의미가 없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차이만이 있을 뿐. 무언가를 할 것인지 바라볼 것인지, 그 결정 삶의 다름을 만들어낸다. 도심의 구석진 방 한편으로 물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의 나는 삶의 방관자이기를 잠시 선택한 것일 뿐이다.


또 언젠가 저 강을 따라 바다로 나아가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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