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에서 처음 슈퍼호스트가 되는 건 의외로 쉽다. 일정 기준만 맞추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격을 유지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응답률과 취소율’은 플랫폼에서 가장 엄격하게 보는 항목이다. 달력 관리 하나가 호스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처음 슈퍼호스트 배지를 달았을 때만 해도,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프로필에 달린 하나의 작은 아이콘 정도로 생각했다. 너무 쉽게 얻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일까. 나는 슈퍼호스트 칭호를 얻은 뒤 3개월 만에 박탈당했다. 그리고 다시 슈퍼호스트가 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나의 실수는 사소했다. 한 게스트가 “혹시 체크인을 조금 일찍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나는 흔쾌히 “그렇다”라고 답했고, 혹시 모를 겹치는 예약을 막기 위해 예약을 차단해 두었다. 그런데 바쁜 일정 속에서 그 사실을 완전히 잊고 말았다. 일정이 많았고, 손님 문의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에 순간적으로 놓친 것이다.
‘여기가 왜 차단되어 있지?’ 하며 그날 달력을 비어 있는 상태로 열었고, 곧바로 새로운 예약이 들어왔다. 뭔가 이상해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니, 앞선 손님은 오전 7시에 일찍 체크인하기로 약속을 한 상태였고, 새로 예약한 손님은 오후 1시에 체크아웃할 계획이었다. 같은 날 두 게스트의 동선이 완벽하게 겹쳐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화면 속 겹쳐진 예약 내역을 보는 순간, 머리가 텅 비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지?”라는 단어만 떠올랐다. 나는 서둘러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뒤늦게 예약을 해주신 게스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취소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깜빡하고 예약을 받았네요. 혹시 이해해 줄 수 있으실까요.”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게스트는 취소 위약금 때문에 본인이 취소해야 하는 일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새로 들어온 예약을 직접 취소하는 것뿐이었다.
그 대가는 너무 컸다. 클릭 한 번이 내 숙소의 신뢰와 상징을 끊어냈다. 나는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약 8만 원 상당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계정에서 ‘슈퍼호스트’라는 상징이 바로 사라졌다. 화면에서 그 칭호가 사라진 걸 본 순간, 내 프로필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곤 머릿속이 하얘졌다. 마치 장학금 기준에서 떨어진 학생처럼, 허무하고 씁쓸했다.
이후 심리적 아픔은 꽤 길게 이어졌다. 처음엔 단순히 “한 번 예약 취소했다고 이렇게까지?”라며 억울함이 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몰려왔다. 슈퍼호스트라는 배지를 잃은 게 단순히 상징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 예약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게스트들이 나를 신뢰하지 못하면 어쩌지?’ 작은 의심들이 점점 쌓이면서 운영 전반적으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실제로 슈퍼호스트에서 강등된 이후, 숙소 예약률은 확실히 줄었다. ‘결국 사람들은 나보다 시스템을 더 믿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슈퍼호스트 평가는 매 분기마다 진행된다. 매번 평가 결과가 나올 때마다 화면을 확인하는 손끝이 떨렸다. 떨어져 버린 점수를 다시 쌓아 올리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단순히 하루 이틀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최소 몇 달간의 꾸준한 운영이 필요했다. 예약률, 응답률, 취소율 등 모든 지표가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유지되어야만 회복이 가능했다. 나는 최소 예약을 5박으로 설정해 놓았기에 다시 쌓는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치 모래시계의 모래가 천천히 쌓여가는 것을 억지로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6개월이면 다시 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칭호를 잃은 날부터 다시 얻기까지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수없이 자책했다. ‘그날 달력을 깜빡하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원래 멘탈이 강한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 문제만큼은 쉽게 털어내지 못했다. 슈퍼호스트라는 아이콘 하나가 내 모든 걸 건드렸던 것 같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더 조심스러워졌다. “혹시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떠지?”라는 불안이 늘 따라다녔다. 그 긴장감 속에서 사업을 이어나간다는 건 생각보다 큰 감정소모였다.
일정 관리와 예약 취소는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부분이다. 호스트의 일방적인 예약취소는 게스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여행을 갔는데 호스트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하루 전날 숙소가 취소되었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나는 게스트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의 작은 실수가 여행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손님과의 ‘신뢰’가 먼저라는 내 철칙은 한순간의 욕심 때문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처음에는 하루 이틀 손님을 더 받으면 수익이 늘어난다고 단순히 계산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욕심을 낸 순간 작은 균열이 생겼고, 결국 더 큰 손실로 이어졌다. 당장의 이익을 좇다가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통해 나는 비로소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비즈니스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나는 달력과 일정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배웠다. 단순히 일정만 기록하는 게 아니라, 게스트의 이름과 도착시간, 인원까지 직접 메모해 두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 번은 반드시 달력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알람까지 설정해 두었다. 그리고, 먼저 예약한 게스트와의 신뢰를 먼저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한 팀이라도 무리해서 더 받으려는 유혹이 있을 때마다, 나는 의도적으로 욕심을 접었다. 슈퍼호스트 강등 경험은 속상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욕심을 내려놓고,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며, 일정을 철저히 관리하는 원칙이 생길 수 있었다.
그 후 2년 동안, 나는 수많은 게스트를 맞이했다. 예약률은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후기는 더 좋아졌다. “체크인이 너무 편했어요”, “호스트가 응답이 빠르고 정말 꼼꼼하네요”, “일찍 체크인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에어비앤비 어플에서 알람이 울렸다.
“슈퍼호스트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열과 성을 다해 게스트를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