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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Dec 28. 2023

파괴된 사나이


부족함이 없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는 자에게

유혹은 찾아오고,


유혹이 자신을 파괴하기 시작할 무렵,

그제서야 내가 가진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자기 살과 뼈마저

천천히 썰어지는 요리가 되는 것을 보며 후회한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도,

안분의 족을 본받길 바라던 공자 말씀도,


그나마 네 가진 것이나마

분에 넘치는 것 아니겠느냐는

비굴의 가르침이라기 보다


네 가진 것이 얼마나 되나 친히 시험하려는 어둠의 기습에


격렬히 대응하는 병법이었을지 모른다.


유혹에 빠진 자가 기어이 스스로를 놓아 버릴 때,

누군가는 죄인에게 동정도 아깝다고 하겠지만,


내 가진 것의 소중함을 모른 자에게는

언제라도 유혹의 애무가 준비되고 있다.


그래서


넘어가버린 이의 묘비에 돌을 던지기 보다는

내 가진 것의 소중함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연말이기를.



배우 이선균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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