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1. 엄마가 둘째 언니에게 보낸 메시지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인해
둘째 언니가 회사를 그만두고 꽤 오랫동안 쉰 적이 있다.
누구보다 씩씩하던 언니가,
아주 가끔 내향적인 모습을 보이던 때였다.
개선되지 않는 몸의 컨디션은
둘째 언니의 빛나던 생기를 얌체 같이 앗아가 버렸다.
자식은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이라는 옛말이 있듯,
자식이 많으면,
그 수대로 걱정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
아픈 자식에 대한 염려는
아픈 자식의 경제적인 걱정으로 이어졌고,
엄마의 시름도 그만큼 깊어가던 때였다.
둘째 언니는 모아둔 돈이 깨지는 걸 감수했고,
몇 달간 집중 치료를 받았다.
낫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덕분인지,
낫지 않을 것 같았던 허리 통증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몇 달 후, 완쾌라고 할 수 없지만,
의자에 앉아 있을 수조차 없어
누워 있거나, 서 있거나를 반복해야만 했던
둘째 언니의 일상생활은 거짓말처럼 회복되었다.
물리치료도, 약물 치료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날,
좀 더 긴 휴식을 취한 후, 다음 계획을 도모할 줄 알았던
둘째 언니는 돌연 면접을 보고 왔다고 말했다.
"아휴, 갑갑해 죽는 줄 알았네.
더 늦기 전에 일하는 게 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아서."
엄마의 초긍정 에너지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둘째 언니는
이후, 몇 군데 회사의 면접을 보았고,
(지금도 열심히 다니고 있는)
제조 회사 관리부에 입사하게 되었다.
둘째 언니의 취업 소식에 엄마는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첫 출근 날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각자의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귀가 중이던
우리들에게 엄마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물론, 그날의 안부는 둘째 언니에게 오롯이 맞춰져 있었다.
회사 분위기는 어떻디?
직원 수는 몇 명이나 되고?
점심 값은 나오는 회사니?
마치, 오랜 취준 생활 끝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자식을 염려하듯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낡은 레퍼토리의 질문이 이어졌다.
물론, 둘째 언니는 엄마의 걱정을 눈 녹듯 녹여주겠다는 듯
다정하게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무리 없이 흘러가던
대화창이 어느 순간 잠시, 멈춤 했다.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둘째 언니가 긴급하게 이모티콘을 띄웠다.
무지의 잔망스러운 발재간과 함께.
그 속에 숨은 뜻은
"엄마, 괜찮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쯤이 아니었을까.
이어,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아무래도 'ㅜ'와 'ㅓ'를 합쳐 문장을 만들다가(결국, 실패)
시간이 한참 흘러갔는지도 몰랐던가 보았다.
휠휠날아라아프지말고
어, 훨훨
띄어쓰기 하나 매끄럽게 되어 있지 않은 저 문장이
콕, 하고 가슴에 박힐 줄이야.
그 순간,
세 딸 중에서
키도 덩치도 제일 작은 언니가
무겁게 딛고 있던 전철 바닥을 가볍게 도움닫기 해,
둥실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 보여?
짝은 언냐가 휠휠 날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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