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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Apr 09. 2021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지 않는 사람들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 시즌1

여기 크고 작은 사회의 문제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어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한 혁신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여정과 함께 하기 위해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라는 레이블을 만들었는데요,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어요.


카카오임팩트는 이들의 걸음에 힘을 더하고자 활동비를 지원하고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어떤 사람들이 혁신가가 되었는지, 어떻게 이 여정을 지속적으로 걸어내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시즌1 선정된 총 11명의 펠로우 중 3명을 만나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살펴보았답니다. 



“장소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지금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죠”

협동조합 청풍 대표 유명상

왼쪽부터 베니스(조성현), 총총(김선아), 결(성결), 유마담(유명상) 4명의 청풍 멤버들

과거와 현재가 오붓이 공존하는 곳, 고요하면서도 힘찬 에너지로 가득한 협동조합 청풍의 거점 강화에서 유명상 님을 만났습니다. 청풍은 게스트하우스, 커뮤니티 펍, 식당 등의 공간과 문화 기획을 통해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지역에서의 삶을 만들어가는 곳인데요, 이름처럼 강화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청년들의 당찬 포부가 담겨있다고 해요. 유난히 밝은 얼굴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유명상 님을 만나볼까요?


Q. 왜 강화인가요?

사실 장소 자체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내가 지금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죠. 강화여서라기보다는 멤버들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Q.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가볍게 방을 정리하고, 멤버들과 그날의 일정을 논의하죠. 오후에는 게스트하우스의 빨래와 청소를 해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거를 수 없는 중요한 루틴이에요. 저녁엔 조합에서 운영하는 펍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요. 참 평범하죠?


Q. 일과시간 외에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

산책을 좋아해요. 1시간 정도 슬렁슬렁 동네를 걷는데 꽤나 조용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좋아요. 무엇보다 도시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계절의 작은 변화들을 매일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죠.


Q. 특별히 화문석을 좋아하신다고요.

순리대로 거둔 것을 순리대로 판다는 화문석의 정신을 좋아해요. 그 제작 과정을 함께했던 적이 있었는데 왕골 밭에 물을 대는 것부터가 시작이었어요. 그때 혁신이란 건 어쩌면 새로운 무언가가 아닌 매일의 일상이 꾸준히 쌓여 만들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하루하루에 더욱 충실하게 된 것 같고요. 보통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말할 때 재미없잖아요. 그 이유가 끊긴 이야기를 다시 억지로 이어 붙이려 해서 그렇거든요. 그 지역의 문화는 한 세대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데 세대와 세대 사이가 자꾸 끊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그런 면에서 화문석은 아직 살아있는 이야기고 다음 세대까지 잘 이어갔으면 해요.


Q. 주로 무엇에서 영감을 얻으세요?

연말이 되면 늘 신영복 작가님의 담론을 읽어요. 신기한 게 볼 때마다 새롭더라고요.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문장은 늘 힘이 돼요. 


Q. 더 나은 세상을 마냥 기다릴 수 없게 하는 이유는요?

멤버들 덕분이에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교과과정을 보면 협력의 경험이 전무하잖아요. 같이 성장하는 게 아니라 너보다 나은 내가 되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죠. 생존 방식의 차이겠지만 혼자서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고요. 지역을, 세대를 위한 일이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Q. 그래도 가끔은 지치지 않나요?

변화라는 건 임계치가 있어요. 어느 책에서 인생은 나선형이라고 하더라고요. 늘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것 같아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 거래요. 저만 봐도 이전보다 훨씬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공감하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지칠 틈이 없어요.


Q. 개인적인 꿈이 궁금해요.

45세에 전업할 예정이에요. 내가 이 지역을 다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죠. 꼭 지금이 아니어도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서 이뤄갈 수 있도록 그 환경을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고, 계절을 맘껏 느끼면서 농사를 하고 싶기도 해요.






"변화가 지속되려면 어쩌다 한 번의 경험이 아니라 내가 머물고 있는 일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

일상 속 작은 실천들로 조금씩 주변을 바꾸고 있는 보틀팩토리 대표 정다운 님과의 만남은 조용하면서도 굳센 어조와 태도가 인상 깊었어요. 일회용품이 없는 카페인 보틀팩토리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습관의 변화들을 불쾌하지 않게 제안하는데요, 지역 내에서는 포장 쓰레기 없는 리필 장터 채우장과 유어보틀위크 행사를 통해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답니다.


Q. '일상을 바꾸는 디자이너'는 어떤 뜻인가요?

불편함을 느꼈던 대부분의 것들이 일상에 있더라고요. 변화가 지속되려면 어쩌다 한 번의 경험이 아니라 내가 머물고 있는 일상이 먼저 바뀌어야 하고 그래야 더 큰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Q. 생활 속 습관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뭔가를 버릴 때 버려진 이후를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또 다른 쓸모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요. 그러다 보니 카페에서 나오는 우유팩도 씻고 말려서 제대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아이스팩이나 뽁뽁이는 지역 내 필요한 가게에 드리고 있어요. 


Q.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그린디자이너 윤호섭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삶의 전환이 일어났을 정도로요. 덕분에 디자이너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삶으로의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Q. 관심이 확장된 분야가 있다면요?

차별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면에서는 배려라고 생각한 행동도 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더라고요. 저희처럼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카페에서 손이 불편한 분에게 묻지 않고 빨대를 드릴 경우 차별일까, 배려일까. 차별로 느껴질 수 있다고 하셨어요. 자기 결정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계속 배워가고 있는 중이에요.


Q. 더 나은 세상을 마냥 기다릴 수 없게 하는 이유는요?

최근 어떤 분이 보틀팩토리를 '우리의 미래는 이곳에'로 표현해주신 글을 봤어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불편한 방식의 제안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인식해 주셨더라고요. '내가 던진 공을 누군가는 확실히 받았구나, 그리고 그 공이 또 누군가를 향해 가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런 순간들이 저에게 큰 힘이 돼요.


Q. 이제 막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책이 있다면요?

'로컬의 미래'요. 결국은 다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문제들이더라고요. 이전에는 만들고 소비하고 버려지는 것까지 눈앞에 보였는데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도시에서 소비만 할 뿐, 버려지고 폐기되는 건 또다시 도시 밖이잖아요. 모든 문제들은 다 연결돼있고 그래서 작은 규모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Q. 요즘 가장 가슴 뛰게 하는 게 있다면요?

카페의 커피박 처리가 늘 고민이었는데 커피박으로 버섯을 키울 수 있더라고요. 자전거로 동네 카페를 돌며 커피박을 수거해 버섯을 키우면 어떨까? 그 버섯을 채우장에서 일회용 쓰레기 없이 팔고, 동네 식당에서는 버섯 요리를 하고요.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마을에 대한 상상이 요즘 가장 즐거워요.


Q.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속 실천 하나 추천해주세요.

뭔가를 하기 위해서 더 사지 말고 일단 거절을 해보셨으면 해요. 오늘 가는 카페에서 "빨대는 빼주세요, 물티슈는 안 주셔도 돼요"라고요. 새로운 걸 하기보다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일회용품들을 가볍게 거절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의 꿈은 이 순간들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러면 또 다른 순간들로 이어지더라고요"

유스보이스 대표 김재순


유스보이스 대표 김재순

청소년들이 스스로 나다운 삶을 찾도록 미디어 교육을 지원하는 유스보이스 대표 김재순 님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밝은 기운이 넘쳐났어요. 청소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며 영리한 비영리를 꿈꾸는 당찬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Q. 김재순 님의 청소년기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내 시간이 없었던 삶.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배운 적이 없었어요. 정해진 학업의 일과가 다였죠. 그러다 보니 정작 내 시간이 생겨도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마침 그 시기에 유스보이스를 만났고, 소중한 만남과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출근하자마자 창밖의 고양이들이 잘 있는지 확인해요. 동락가의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다른 팀들과 교류하며 대화를 나누곤 하죠. 퇴근 후는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해요. 노력하지 않으면 따로 시간을 갖기 어렵더라고요. 하루를 돌아보며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요. 책이나 유튜브도 즐겨봐요.


Q. 그림을 그리세요?

문득 나다움을 찾아가는 유스보이스의 미션대로 나는 살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나부터 내 목소리를 내보자 생각했죠. 함께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지금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그림을 그리는 습관을 갖게 되었어요.


Q. 교육은 획일화된 분야라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아요.

구조적인 부분보다 이미 경쟁 사회에 뛰어든 청소년들에게 나다움을 찾는 것이 학업만큼 중요하다고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워요. 정착된 사회 구조속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쓸모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돼버렸죠. 유스보이스가 제안하는 조금은 다른 길에서 답을 찾길 바라고 있어요.


Q. 더 나은 세상을 마냥 기다릴 수 없게 하는 이유는요?

함께하는 동료들이요. 유스보이스의 교육 특성상 일반적인 협력이 어렵고, 정형화된 교육 매뉴얼이 없어서 진입 과정에서도 많은 설득의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도 이 어려움들을 공감하고 존중하며 함께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멈추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최근 가장 영감을 받았던 책이 있다면요?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요. 좋아하는 작가님의 추천글과 '교복'이라는 단어에 끌렸어요. 청소년기 원했던 삶이 있었지만 주변 환경 때문에 자신의 삶을 뒤로 미루게 되면서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은 청(소)년의 이야기예요. 최소한의 공교육과 나를 지켜내는 힘인 나다움에 대한 교육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유스보이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청소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또래 친구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길 기대해요. 유스보이스는 학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조금씩 건강한 균열을 내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그 공부를 왜 하는지 고민하는 너 자신도 중요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Q. 개인적인 꿈이 궁금해요.

어느 날부턴가 계획대로 되지 않고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먼 미래를 그리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꼈어요. 지금의 꿈은 이 순간들을 즐기며 최선을 다해 사는 거예요.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그 순간이 즐겁다면 또 다른 순간들로 이어지더라고요. 제가 유스보이스 대표가 될지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에 선정될지 아무도 몰랐을 거잖아요.




펠로우들의 일상은 의외로 조금 평범했지만

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사회에 대한 이들의 태도와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았어요.  

그리고 작은 변화일지라도 그 변화가 더 나은 내일을 가져다줄 거라 기대하며

하루하루의 최선을 사는 이들의 걸음을 저절로 응원하게 되었답니다.


카카오임팩트는 벌써 펠로우십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해요. 

더 나은 세상을 기다리지 않는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려니 기대가 큰데요, 

혹시 주변에 펠로우로 추천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용기를 내주세요! 

그 작지만 힘찬 걸음에 카카오임팩트 펠로우십이 아주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드릴 테니까요.


https://www.kakaoimpact.org/fellow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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