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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끝에

by 성냥팔이 소년


새하얀 뭉게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다. 본디 하늘빛이 흰색이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아니, 하늘색은 과연 무엇일까.


어린 제자가 그림을 그리다 말고 물었다. 하늘색 크레파스를 들고는,


“집에 갈 때 하늘은 이 색이 아닌데요, 선생님?”


“그러게, 누가 지었는지 그 사람의 하늘은 그뿐이었나 보다.”


주황색과 노란색 크레파스를 꺼내 아이 곁에 놓아주었다. 검은색과 남색 크레파스를 꺼내 내 앞에 두었다.


“우리의 하늘에는 이 색도 있겠네?”


녀석은 사정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러고는 흰색 크레파스를 내 앞으로 밀어준다.


“깜깜한 건 싫어요. 선생님 하늘에 별을 달아줄게요.”


배시시 웃어 보이는 아이를 따라 함께 웃었다. 덕분에 나의 밤이 밝아진다. 밝아진 밤이 닿는 곳은 새벽이니… 부디 나에게도 아침이 오기를.




3-10.©Warren Criswell.jpg

image_©Warren Cris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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