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벽 기도

by 성냥팔이 소년


비가 내리면 배달하는 제자들이 걱정되고, 날이 가물면 농사짓는 꽃분 할미가 걱정된다. 우산 장수와 소금 장수의 부모처럼 날마다 염려를 달고 산다. 뒤집어 생각하면 매일이 행복하지 않느냐 하겠지만, 어디 그러한가. 일주일에 팔 일은 일해야 애오라지 살 수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삼백예순다섯 날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새벽마다 의식을 치르듯,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그날의 무사 안위를 기원한다.


불평등과 부조리에 함몰된 우리의 인생은 언제쯤 구원받을 수 있을까. 언감생심 완벽한 낙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잠시나마 나의 사람들이 치열한 삶을 접고 티끌 없는 평안을 누리기를. 오늘도 기도하듯 편지를 쓴다.




행복은 단순하다


하루를 마치고 누웠을 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없는 것


애써 모른척하지 않아도

불안을 베개 삼지 않는 개운한 단잠


행복은 평범하다


그 소소한 일상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이상일 뿐이라는

비극만 제외한다면


소중한 그대여

아프지 마오, 몸도 마음도




3-11.©Tomás Sánchez.jpg

image_©Tomás Sánchez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밤의 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