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굽시니스트 김선웅 선생이 말하듯, 결국 이 문명도 당대에든 후대에든 무슨 마야 문명이니 잉카 문명이니 아틀란티스 문명이니 하듯 통째로 뭉뚱그리자면 팍스 아메리카나ㅡ미국의 문명이요, 결국 미국을 수용하든 거부하든 그를 중심으로 판세가 돌아가고 있음을 누군들 인정치 않을 수 없는데, 저 선진국의 국회에 숱한 이들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쳐들어가 뒤집어 엎는 꼴을 보고, 또 어느 인자하게 생긴 노부인이 오히려 백주대낮에 당당하게 우리는 정의를 실행할 뿐이라고 말씀하시어 정말 슬펐다. 나는 그 때 아내를 졸라서 또 핑계삼아 훈련 전에 가볍게(?)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불과 몇 시간 전에 지구 반대편에서 저렇게 무도한 일이 있었는가 해서 어이가 없고 슬펐다. 그 어떤 물리적 폭력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해서 몸서리를 쳤다. 사실 기껏해야 필부의 옅은 먹물적 반향이겠으나 나는 이제껏 무얼 읽고, 무얼 믿었는가 싶어 슬펐다. 벌써 지금부터 한 세대쯤 전에, 호남의 어느 도시에서 서로 대치하던 시민군과 특공대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대저 몇 가지의 태권도 기술을 익힌다 한들, 글 몇 줄을 읽었다 한들 저 물결을 어찌 다루고 막을 수 있을까 싶어 슬펐다. 아내는 나를 잘 이해할 수 없다 했다. 나도 그냥 내가 과한 반응이기 바랐다. 나는 오늘도 많이 마셨고, 마시기 전에는 땀을 흘렸고,마신 후에는 또 몇 줄 읽다 이리 혼자 꿍얼댄다. 아무 영양가 없는 짓인줄 이미 잘 안다. 그저 남이 주는 돈 잘 벌어오고, 처자식 잘 건사하면 그만인 것을.
덧붙임. 그러니까 이어서 얘기하자면, 조광조 선생께서는 분명 당시 유학으로서는 흔치 않은 씨스템 개조론자였고, 융평ㅡ융통성 있는 평등, 그러니까 더한 자에게 덜고, 덜한 자에게 얹어주자는 언뜻 듣기로 수령 아바이 같은 말씀으로 끝내 저 왕안석, 조만식 선생마냥 일찍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셨으니, 결국 다시 생각하기로, 세상은 과연 씨스템ㅡ사회의 체계를 바꾸면 먼저 인간이 바뀔까, 아니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를 갈고 닦으면 사회가 알흠다워질까, 이제 마흔도 안 된 나는 몰라서 그냥 술주정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