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어느 군인의 죽음에 부쳐

by Aner병문

군대란 곳이 원래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이며 그렇기에 매일매일 폭력과 사고가 이어지는 곳이다. 군대의 전제조건인 전쟁 자체가 가장 비합리적인 폭력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군대 나름대로 미덕이 있으며, 내 개인적인 경험 또한 "군대 다녀와서 사람 되었다 "에 가깝긴 하지만, 들어먹을 사람들끼리의 조촐한 술자리에서 안줏감이나 될지 몰라도 타인에게 제정신으로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도장에서 심신을 연마하는 이유 중 하나도 세상이 원래 험하고 부조리하여 그에 맞서기 위함이지 나도 동일한 폭력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 유명한 커트 보네깃이 2차 세계대전에 살아남은 이들끼리 축배를 들며 전쟁을 회상하자 그 부인은 치를 떨며 외쳤다고 한다. 남자들은 다 똑같군요! 그 끔찍한 전쟁 자체를 "성장의 경험" 으로 회상하다니요! 커트 보네깃은 즉시 반성하며 곧 출간될 작품에 부제를 달았다. 드레스덴에 실제로 있었던 제5도살장ㅡ어린이 십자군에 얽힌 이야기다.



그러므로 자신의 성별까지 바꾼 이가 결국 방치된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때 나는 어느 정도 예견된 비극이라 생각했다. 타고난 성별까지 바꾸고자 했던 이가 군대의 환경을 바꾸지 못했을 때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솔직히 나 역시 고인을 이해하려 한들 공감이 잘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세상에 이미 끔찍한 폭력과 죽음이 너무 많은데, 굳이 천박한 댓글을 달 필요까지는 없을 터이다. 이런 일이 있을때마다 나는 그냥 고인을 추모하고 싶을 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이 많다면 그러한 죽음 또한 많을 수밖에 없을 터이다. 나는 내 삶을 추스르기도 너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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