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번외편 ㅡ 힘을 기르쟈!

by Aner병문

주짓수를 배우던 시절, 기술의 합리적인 극의에 이르면 능히 힘을 제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물론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저 유명한 반더레이 실바의 주짓수 수석 코치였던 주짓떼로 크리스티아노 마르셀로 다 실바 께서 직접 주관하신 쎄미나에서, 곽선생과 나는 세계 최정상에 오른 고수의 기술은 오히려 어렵지 않고 담백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더욱 전율했었다. 마치 열자가 든 비유 속의 노검객이 돗자리를 빼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시험하려 덤비는 제자들을 나동그라지게 했듯, 그는 누구나 할 수 있을법한 몇 가지의 손기술만으로 장정들의 관절기를 모두 풀어냈다. 그야말로 주짓수 자체가 사람의 몸을 입은게 아닐까 싶은 "해답덩어리" 가 되기까지 그는 얼마나 많은 훈련을 거쳤을까. 오죽하면 창시자께서는 내가 곧 태권도라며 한평생 세계를 누비셨을까.



그러나 힘이 극의에 이르면 기술 또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얄궂다. 우리는 실전 운운하는 이들로부터 막싸움질하는 깡패들에게 패한 지도자들이며, 기술 한 번 배운 적 없이 근육 단련만 한 보디빌더들에게 메다꽂힌 검은 띠들의 이야기 또한 수없이 들어왔다. 강골로 타고난 이는 사실 뭘 해도 강한 법이거니와 시합과 달리 거리에서는 별별 변수가 다 있기야 하지만 힘 또한 분명히 중요하다. 소림칠십이절예의 많은 비법들이 지금의 크로스핏처럼 근력과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체중을 이용한 맨몸운동이며, 소뿔을 쳐 날리던 최배달 총재며 유도의 귀신 기무라 마사히코 또한 괴력법을 저술한 와카키 다케마루에게 근력을 증강하는 비법을 전수받기도 했다. 이 와카키 다케마루는 그 유명한 극우우익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장사로, 본디 빈약히 태어나서 평생 괴력과 근육을 갈망하며 자신만의 비법으로 단련해왔다고 하는데 자다가 깨어 화장실을 다녀올때조차 역기를 몇 차례 들고 다시 잔다고 했다. 맨손으로 책을 찢고 동전을 구부리는 일은 누워서 떡먹기보다 쉽고 사람을 맨손으로 휘거나 조여 다치게 한 적도 여러 번이며, 임종 무렵에는 지나치게 발달한 근육 때문에 특별히 제작한 관에 들어갔다 했다.



그런 장사야 될 수 없었지만 태권도에 필요한 힘은 길러야하므로 드디어 오늘 다시 페르시안 클럽벨을 꺼냈다. 케틀벨과 더불어 잘 쓰다가 애 낳으며 얼르느라 어깨를 다쳐 8개월 쉴 동안 고이 모셔놓았다. 아이고 여보야 안 쓰려면 어데 갖다놓으시소, 구박도 받던 물건이지만 많은 도구 필요없이 아령, 케틀벨, 클럽벨, L자 바 정도면 할 수 있는 훈련은 무궁무진하다. 다시 봄과 함께 몸을 다듬을 때가 되었...에취, 에취, 아, 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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