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이러고 삽니다

by Aner병문

오랜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으나 마침내 아내가 고대하던 수영장이 다시 문을 열던 날이었다. 전날 아침 아홉 시에 전화로 선착순으로 예약한 남녀 각자 삼십명씩만 입장할 수 있는 빡빡한 상황인데도 아내는 참말 기뻐했다. 내가 도장을 가듯 그리 좋을까 싶었다. 아내의 수영장은 차로 왕복 이십여분 거리에 불과했으므로 나는 기꺼이 쉬는 날 딸의 육아를 맡았다. 아내가 즐겁다면 늘 나도 즐거웠다. 요즘 들어 걷는 데에 재미를 붙여 자꾸만 나가자고 성화하는 딸을 혼자 돌보기란 참말 쉽지 않으므로, 아내는 돌아오는 길에 따뜻한 감자탕에 소주도 무려 빨간 것으로 사오시었다. 그 때 곽선생은 저 멀리 북쪽에서 제 친구들과 함께 내려와 중래향이 이사가기 전에 잔뜩 만찬을 벌여놓고, 포장한 향라닭발에 작은 고량주 한 병 끼워서 보내놓았다. 처가에서 자연산 회를 잔뜩 보내주셨고, 어머니는 이제 밥알이 가득 찰 때라며 쭈꾸미를 사다 데쳐주셨다. 술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던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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