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만에 창고에 있던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냈다. 조금이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 볼까 해서... 마침 옛날에 써두었던 가족 각자의 소망이 담긴 카드도 보였다. 그저 서로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는 내용. 다행히도, 아마도 그 소원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어릴 적엔 크리스마스 이브 미사가 밤 12시에 있었다. 졸린 눈을 부비며 성당으로 향했던 어린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와 성모님과 성요셉 그리고 동박박사들. 그렇게 낮은 곳에서 태어난 예수님. 우리가 잊을 뻔 했던 계명 서로 사랑하여라 라는 말씀을 남기고 하늘로 돌아가신 분. 덕분에 크리스마스 만큼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어린시절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이토록 고달픈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지금 마음 같다면 부디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싶다. 지금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나는 세상에서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겪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고 욕심낼 때마다 더 강한 무엇이늘 나를 가로 막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는 운명이 내가 잘 살 수 있는 비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창조한 것은 아름답다. 지구라는 별 그리고 우주 모두 아름다운 것들이다. 이곳에서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를 좋아하기보다 미워했던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차라리 날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해서 외로움을 자초했던 것 같다. 그게 더 편하니까. 나에게 믿음이란 이 모든 나의 생각과 감정을 누구 한 사람은 모두 알고 있고 충분히 위로해 주고 이해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함을 없애주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어떤 존재가 난 필요하다. 그런 분이 태어난 날인데 어찌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이제 성당에서도 대림절이라고 하여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고해성사를 보며 죄를 용서받게 횐다. 나의 옹졸한 마음이 올 한해도 나에게 자주 찾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 좋은 일도 많았다. 도서관 수업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글도 쓰고 상도 받고 보람있는 한해가 되었다. 전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게 느껴져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는데 여기저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지금의 나이도 그리 많은 건 아니라는 생각에 용기가 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내가 어떤 것에 마음을 두는지 나는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정리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자연이 주는 영감이 나에게 영향을 미쳐 공모전 두 곳에서 상을 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그리 나쁘지 않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만의 기준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옳고 그름도 잘 알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정해지고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갈 지혜를 얻는 것. 내 나이가 되어서야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렇게 살 용기를 내게 된다. 때로 생존에 급급한 나를 보며 스스로 안타까울 때도 있다.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일까. 나는 티끌만큼의 잜못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지금보다 용기를 내야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야 한다. 왜 나는 마음 깊숙히 안될거라는 생각을 자꾸하는 걸까. 그런 나 자신을 다독이며 이 길을 걸어가야갰다. 내 마음이 곧 나를 만든다. 그런 말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