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피는 때가 오면 자연학교에서는 진달래를 가지고 꽃달임을 했다. 화전을 해먹는 것이다. 그리고 목련꽃봉오리를 따서 뜨거운 물에 넣으면 비염에 좋은 향긋한 차가 된다. 목련차는 그 꽃을 딸 시기가 너무 짧아 사계절 즐기고 싶지만 딱 며칠만 먹을 수 있다. 겨우내 눈이 소복한 곳에서 썰매를 타던 아이들은 숲 속에서 피어나는 봄의 향기에 금세 취하고 만다. 도룡뇽알을 관찰하고 여기저기 다양한 색색의 애벌레도 만나고 무엇보다 싹이 나고 꽃이 피는 식물들을 보며 새생명의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숲 속을 누비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흐뭇해진다. 겨울을 이겨내고 이렇듯 어여쁜 싹과 꽃이 피어나는 걸 보면서 생명력이란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된다.
나는 그동안 참 기력없이 지냈다. 작은 방 컴퓨터 앞에서 줄창 모니터만 바라보며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스스로에게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글을 쓰게 되고 그걸로 몇번 상을 받고 쇼핑몰을 하고 그걸로 생활을 한다. 내 컴퓨터를 그리 소용없게 내버려두지는 않은 것 같다. 근근히 숨을 쉬며 지냈지만 아직은 죽을때가 아니라는 것. 참 피곤한 일일 수도 있었지만 되도록 즐거워하자는 생각이 나를 살린 것 같다. 이번 봄은 왠지 그 어느해보다 활기찰 것 같은 예감이다. 하릴없이 모니터만 보아온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쇼핑몰도 글쓰기도 완성도를 가지려 올해의 목표를 세웠다. 나는 사계절 겨울처럼 지냈지만 이제는 봄을 불러올 차례다. 왠지 그래도 될 것 같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기고 작지만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움직이자. 몸이든 마음이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살아있는 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꽃에게 배우고 나무에게 배운다. 피어나기 위해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