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일단 좋아하는 것에 진심이라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왜 그렇게 오버하는 지 모르겠다. 어릴 때도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와 관련된 것은 영화음악부터 푹 빠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세계에 빠져 들어서 직업까지 그 일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내가 영화현장에 있었다니. 배우나 감독이라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고 영화에 진심인 사람들과 섞여서 울고 웃었다.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다른 일을 했더라면 만족도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게 일이었고 낙이었다. 그렇게 나를 불태웠다. ㅋㅋ 영화를 할 때마다 장르가 달랐는데 첫 영화는 야한 영화였다. 원래 <영원한 제국>을 만든 영화사였는데 왕가위식 영화를 야하게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만들었다. 영화는 참패였지만 그 당시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처음 영화현장을 보았고 스탭들과 만나고 배우들과 이야기했던 모든 것이 처음이어서 설렜다. 그런데 그 중 스탭 한명이 친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를 했다. 근데 후에 사귀고 싶다는 것이다. 그건 안된다고 했다. 그러자 쫑파티에서 그는 내게 장미 한송이를 주더니 모나리자를 불러댔다. 그래도 난 그의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었다. ㅠ 그 다음은 <태양은 없다>라는 영화였는데 직접 카피와 보도자료를 쓰고 정말 열심히 홍보를 했다. 잘생긴 배우 두명과 촬영을 한다고 부러움을 사곤했지만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잘생긴 배우들에게서 설레지 않았다는 건 나조차 신기한 일이었다. 재밌는 에피소드는 광주에 정우성 팬사인회를 갔다가 끝이 나서 이동하려는데 팬들이 몰려와서 배우랑 같이 무작정 뛰었다. 그와 중에 누군가 정우성에게 꼭 전달해 달라고 해서 떡을 내게 주었다. 우리는 한 카페에 숨어 들어가 떡과 함께 차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ㅋㅋ 그리고 <유령> 핵잠수함 영화로 비밀리에 촬영하다가 광양까지 기자들을 데리고 홍보를 하러 갔었다. 스탭들은 장기간 촬영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모두 장염에 걸려 있었다. 누군가는 나를 보자마자 결혼하자며 농담을 했다. 그렇게 약간 미쳐 있었던 것 같다. ㅋㅋ 그리고 <라이터를 켜라> 난 그렇게 재밌는 감독님은 처음봤다. 장항준 감독님의 데뷔작으로 입담이 장난아니셨다. 씨네21 기자 중에는 팬까지 있었다. 결국 편집장이 그 기자의 성화에 기획기사까지 써줬다. 나로선 땡큐였다. 이때도 스탭 중 한명이 나에게 고백을 했는데 내가 거부하고 밤 여의도 공원을 뛰자 그도 뛰었다. 그리고 같이 술을 먹던 동기들도 뛰었다.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사실 내가 코미디 영화 마케팅을 한다는 게 코미디였다. 그럼에도 그 당시 내가 쓴 보도자료는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었다. 기분은 우울했지만 영화의 포인트를 알기 때문에 코미디 보도자료를 재밌게 쓸 수 있었다. 이상하게 영화에 따라 그 당시 내 기분과 분위기가 많이 좌우된다. 참 신기한 일이다. 여하튼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은주의 유작이된 영화가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스탭들도 모두 힘들어 했고 나도 마케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감독님과 배우들을 모시고 영화제에 참석했고 하루종일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때 양조위와 화보촬영이 있었는데 그렇게 좋아했던 배우를 코 앞에서 보았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나에게 좋아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오늘 상세페이지 디자인을 했는데 너무 재밌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점심을 안 먹었다는 것을 잊었다. 배가 고프다는 것도 잊고 상페를 디자인한 것이다. 나는 왜 좋아하는 것에 이렇게 열정적인 것인지 다시한번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다시 영화일을 한다면 예전처럼 열심히 하게 될까. 내 지인들 중에는 여전히 영화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마 죽을동 살동 하면서 그 일에 파묻혀 있지는 않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