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챙이 적 모르는 개구리

by 에벌띵

사춘기 소녀의 방은, 일반화하기 조심스럽지만, 자유분방하다. 엄마가 보기엔 돼지우리지만, 소녀의 주장은 ‘모든 물건이 자기 자리에 있다’.

세 아이를 키우며 큰 아들과 둘째 딸을 명문대에 진학시켜 더 유명해진 정은표 배우는 자녀 방을 치운 후 절대 생색내지 말라고, 깨끗해진 방을 본 아이 스스로가 깨닫게 두라는 조언을 했다.

딸과 언쟁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정은표 배우의 말을 빌미 삼았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건들을 ‘제자리’에 재배치하고, 온갖 쓰레기를 걷어낸 후 딸에게 오직 이 말만 했다. “방이 깨끗하니까 좋지?”



엄마께 한탄했다.

“도깨비 안 나오면 다행이에요. 쓴 휴지는 구석구석 왜 끼워 넣어 두는 건지, 먹고 난 귤껍질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책상은 또 어떻게요. 좀 있으면 책이 천장에 닿을 거예요. 계속 쌓아 올리니… 난 처음에 그거 보고 방안에 기둥이 생긴 줄 알았다니까.” 블라블라 블라블라 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입 터진 내 이야기를 한참 들으시던 엄마가 빙긋 웃는 낯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봤다.

“왜… 왜 그렇게 보시는 거예요?”

“흐흐흐 그 엄마에 그 딸이네. 지금 네 딸이 하는 짓 너도 똑~~ 같이 했다. 한치도 안 다르다.” 시며 꼬숩어하셨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다고 우겨대던 소녀가 자라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니며 제 앞가림을 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엄마로 사는 게 익숙해지니 모든 걸 홀라당 잊어버린 게다. 처음부터, 원래, 항상 이렇게 정갈하게 살아온 양, 착각했다.


처음엔 어렵던 일이 손에 붙어 익숙함이 되는 순간 인간은 오만해진다. 어려움도, 실수도, 실패도 없었던 사람으로 태어난 양 군다. 이제 시작하는 어린 인간에게 가르치려 든다.

“나는 원래가, 항시~!”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르는 소리를 해댄다.



내가 당한 꼴을 꼬수워하며 전한 엄마 이야기를 들은 후 딸의 방을 멀거니 바라봤다.

그랬다. 모든 물건은 다 제자리에 잘 있었다. 엉기성기, 나름의 질서를 지키는 중이었다. 천장까지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쌓인 책에도 딸의 규칙이 존재했다.

지금 내게 익숙한 방식, 갖은 실수 속에 나아진 내 것을 잣대로 딸에게 들이댄 오만함이 틀렸다.


딸의 책상 위에 쌓인 휴지를 뭉쳐 버리려다 말고 물었다.

“이렇게 둔 이유가 있어?”

“응, 그걸로 이따가 책상 위에 지우개 가루나 먼지 닦고 버릴 거야.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

결국 내 눈에만 쓰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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